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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맞대결/전화로도 거북한 신경전/대구서갑 선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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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화 통로 찾으며 조직 점검
대구 서갑 보궐선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의원직을 사퇴한 정호용씨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상태에서 사실상 선거운동에 들어갔고 뒤이어 청와대의 낙점을 받은 문희갑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도 8일 대구에 내려와 조직점검에 착수해 TK(대구­경북) 선후배간의 대결이 본격적으로 불붙었기 때문이다.
문수석쪽에서는 동문선배와의 대결을 원치 않는다는 자세고,정씨측도 거북한 눈치여서 양자간의 대화가 모색되고 있으나 정ㆍ문 양측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어서 두사람이 담판을 벌이더라도 극적인 타협은 사실상 난망.
특히 문수석은 노태우대통령이 직접 출마를 지시했음을 은근히 강조하고 있어 정ㆍ문 대결은 의원직 사퇴과정에 감정적으로 등을 돌린 노­정의 대리전 양상도 보이고 있다.
○…8일 오후 열차편으로 동대구역에 도착한 문수석은 도착 즉시 역장실에서 정씨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출마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결정됐다는 「운명론」과 함께 『죄송하다』는 말로 이해를 구했으며 정씨는 『어쩔수없다』는 불가피론으로 이를 받아들였다.
문수석은 정씨의 호칭을 「정선배님」으로,정의원은 문수석을 「그분」 또는 「수석」으로 부르고 있는 등 개인적인 관계를 깨지 않으려고 세심한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경북고 5년 후배인 문씨는 후배로서의 예의와 어려움으로 말한마디는 물론 행동 하나하나에 몹시 조심.
그러나 문수석측은 정씨의 사퇴가능성을 계속 흘리고 있고 정씨쪽에선 문수석이 달성사람임을 강조하는 등 은근한 신경전으로 분위기가 고조.
○…정씨측은 8일 서대구농협 2,3층에 사무실을 내는 동시에 사조직을 적극 가동시키고 있으며 문수석도 대구 달서구 송현동 그린맨션에 사조직인 비슬회 사무실을 가동시키는 등 실질적인 선거전에 돌입.
문수석과 정 전의원간에는 치열한 조직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으며 경제인들을 중심으로 한 유지와 경북고 동문들은 당혹감과 함께 갈등마저 느끼고 있어 선거전이 본격화될 경우 지지자간 마찰과 대립및 이에 따른 후유증도 심각할 듯.
정씨측은 구민정계 당원 1천5백명 정도가 민자당에서 탈퇴해 자기편에 합류했다고 주장. 그러나 문씨측은 정씨와 개인적 관계가 있는 일부 당원의 이탈은 불가피하나 정씨측의 주장은 과장된 것이고 간부급들중 1백여명 정도가 이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수석과 정씨는 경쟁적으로 구역내 유력인사들을 만나고 있는데 지지기반이 비슷하고 경북고 선후배간이어서 서로 겹치는 부분이 많다.
또한 지역 경제인들과 기관장들은 더욱 심한 곤혹감을 느끼고 있는데 이들은 정치현실이 아무리 비정하다 해도 경북고 선후배로서 대구출신의 두 인물을 대결시킨다는 것은 가혹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들.
두 사람은 9일에도 수차례 전화를 걸어 회동키로 약속은 했으나 보도진들이 두 사람을 쫓아다녀 시간을 못잡고 있는데 『만나봤자 결과는 뻔하다』는 게 주변의 관측.
한편 문수석은 9일 정씨의 용단을 촉구하는등 선제공세를 시작.<대구=이용우ㆍ박병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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