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직장여성 생계비 모자라 부업도 나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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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요즘 미국의 직장여성들 사이에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 붐이 일고있다.
미 노동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둘 이상의 직업을 갖고있는 여성은 3백1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이는 20년 전인 지난70년 (63만6천명) 에 비해 무려 5배나 늘어난 것.
같은 기간동안 부업을 갖고있는 남자의 수가 3백40만 명에서 4백10만 명으로 늘어 난데 비하면 엄청난 증가추세인 셈이다.
이처럼 아르바이트 여성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사회·경제적 상황의 급변으로 과거에는 「금녀의 문」이였던 여러 직종들이 이들에게 개방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
여기에다 지난20년 사이에 이혼녀와 독신녀 숫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이들이 생계비를 스스로 충당해 써야하는 일이 보편화된 것도 여성 아르바이트 인구급증을 부채질하고 있다.
10세 짜리 딸을 둔 패트리샤 키매러씨(42·여)는 최근 남편과 이혼했다. 그녀는 무직인 남편으로부터 단 한푼의 위자료는 물론 아이 양육비조차 받지 못해 하는 수 없이 3개의 직업을 갖게됐다.
그중 하나는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시 교육청의 행정보로서 평일 저녁 주2회 근무하는 일이며 다른 일은 주말마다 옷가게에서 일하는 것. 당초 그녀의 직업은 공동주택관리사였다.
또 다른 이혼녀 린다 잭먼씨(42)는 이들보다는 사정이 한결 나은 편이긴 하다.
연봉 3만5천 달러로 주 정부에서 일하고 있는 잭먼씨는 페니사에서 시간제로 커튼 판매원으로 일해 연간 5천 달러씩을 추가로 벌어 주택 구입비로 저축을 하고 있다.
결혼생활중인 새비나 미트놀씨(26)는 비서직으로 연간 1만6천5백 달러를 받고 있고, 남편은 연간 1만 달러씩의 장학금을 받고 있다. 그러나 월3백95달러의 집세와1백95달러씩의 자동차 월부금, 매달 긋는 크레딧카드의 대금 납입 등이 힘에 부쳐 그녀는 컴퓨터 데이타 입력요원으로 매일 5시간씩의 주5일 야간근무로 시간당 5달러 50센트를 버는 부업을 갖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미국 내 직장여성중 부업을 하고 있는 여성의 비율은 지난70년 2·2%에서 79년에는 3·5%였으나 지금은 5·9%까지 껑충 뛰었다.
반면 남자의 부업자 비율은 70년 7%에서 79년에는 5·9%로 줄었다 최근에는 6·4%로 약간 늘어났으나 70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남녀를 불문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있는 직장인의 연령층은 25∼44세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이 연령이 일할 수 있는 노동력이 가장 왕성한 때인데다 자녀 교육등의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시기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여자들은 아르바이트로 받는 돈이 남자의 70%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록 여성들에게 문호는 많이 개방됐지만 여전히 전문직이 아닌 허드렛일을 많이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미국의 많은 직장여성들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부업을「필요악」으로 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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