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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뽑은 「세기적 율동」한 눈에| 로 1월3일 서울서 선보일 뵬쇼이 「발레 하이라이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샹들리에가 휘황한 볼쇼이극장에서 은빛 무늬가 넘실대는 자주색 무대막이 젖혀지기를 가슴 설레며 기다린 끝에 명성 그대로의 눈부신 발레 예술에 흠뻑 취해 본 관객들도 전혀 짐작 못할 또 다른 발레의 세계가 있다.
볼쇼이극장 무대 뒤편의 연습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정상의 발레를 무대에 펼치기 위해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을 듯 싶은 정상급 무용수들이 보다 더 완벽한 공연을 위해 동작 하나하나를 다듬고 또 다듬는 그 연습실의 열기는 결코 정식 공연무대 못지 않았다.
『소위 세계 최고의 발레단이 첫 손을 꼽는 발레댄서들을 통해 가장 빼어난 고정 레퍼터리 중에서도 하이라이트만 골라 보여주기로 했으니 티끌만한 실수나 오차도 있어서는 안되니까요.』
3월28일∼4월3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펼쳐질 볼쇼이발레단의 내한공연에서 『백조의 호수』 『지젤』의 주역이자 발레 하이라이트 공연중 『해적』에서도 그리스의 노예소녀 메도라역을 맡는 소련인민예술가 니나세미조로바의 이 같은 말은 그 찬란한 영예를 지키기 위한 세계적 스타들의 각오와 노력이 어떤 것인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볼쇼이발레단에서도 가장 빛나는 남녀 무용수들이 4월3일 서울에서 발레의 모든 양식과 효과 및 가능성등을 두루 보여줄 발레하이라이트 공연의 레퍼터리는 어떤 것들일까. 쉼없이 연습중이던 마크 페레토킨, 알라미하일첸코, 앝렉산드르 페트로프등 볼쇼이 스타들이 잠시 땀을 닦으며 쉬는 사이 기자에게 들려준 작품내용들을 소개한다.
【모스크바=김경희·장충종특파원】

<쇼피니아나>
무용수들이 풍성하게 부풀린 흰색 스커트에다 등에는 모두 날개를 달고 춤추기 때문에 「백색발레」로도 불리는 작품.
미카엘 포킨이 안무한 단막물로 『라 실피드』와 배경은 같으나 줄거리가 없다. 쇼팽 작곡의 야상곡·월츠·마주르카 등에 맞춰 무용수들이 달빛 어린 무대에서 펼쳐 보이는 독무· 2 인무·군무 등은 녹아날 듯 부드럽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이룬다. 1908년 페테르스부르크(현재의 레닌그라드)에서『쇼피니아나』란 제목으로 초연됐으며 1909년 디아길레프의 발레뤼스가 『레 실피드』로 다시 공연한 이래 로열대니시발레·뉴욕시티발레·새들러스 웰스발레·슈투트가르트발레·캐나다국립발레등 세계 주요발레단들이 끊임없이 공연하고 있는 인기 최고의 레퍼터리다.

<나야다와 어부>
원래 세자르 푸니의 음악, 쥘 페로의 안무로 초연됐으나 이번에는 표트르구세프가 재안무한 작품중 발레조곡이 공연된다.
어부가 잡은 조개속에 들어있던 물의 정 나야다가 그 어부를 사랑하게되는 이야기. 나야다는 어부의 약혼녀를 바닷속의 나라로 데려가 버리고 자신이 어부의 약혼자로 변신해 어부와 결혼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뭍에서 지내는 동안 이 물의 정은 걷는 것조차 힘겨울만큼 정기를 잃게된다.
결혼하려는 순간 나야다의 어머니인 물의 정의 여왕이 어부의 진짜 약혼자를 데리고 나타나고 나야다는 인간이 되려던 희망을 버리고 바닷속의 세계로 돌아간다.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 『잠자는 미녀』와 함께 러시아 발레의 대표작. 호프만의 동화 『호두까기인형과 생쥐왕』을 바탕으로 프티파가 안무, 차이코프스키가 작곡을 맡아 2막3장으로만들었으며 1892년 페테르스부르크에서 초연됐다.
이번에는 유리 그리고 로비치가 재안무한 작품중 『인디언인형의 춤』 이 공연된다.

<해적>
바이런의 시를 바탕으로 용감한 해적 콘래드와 그리스의 노예소녀 메도라의 사랑이야기가 리카르도 드리고의 음악과 프티파의 안무로 펼쳐지는 명작. 그중에도 특히 유명한 두 연인의 2인무가 내한공연 무대에 오른다.

<라 실피드>
낭만주의시대의 전설적 발레리나인 탈리오니를 위해 그의 아버지인 필리포가 안무하여 1832년 파리에서 초연된 낭만발레의 대표작. 중력에 구애받지 않는 듯 사뿐거리며 날아오르는 춤솜씨를 최대로 살렸다.
스코틀랜드의 청년 제임스가 약혼자를 정해 놓고도 공기의 정 실피드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실피드의 뒤를 좇는 이야기.
이 작품은 처음으로 토슈즈를 사용한 발레기법(sur la pointe기법)이 마련되는 계기가 됐으며 발레의상의 측면에서도 「로맨틱 튀튀」라는 흰색의 긴 스커트를 이용함으로써「백색발레」의 시대를 여는 등 발레사상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1836년 코펜하겐에서 덴마크의 안무가 부르농빌이 재안무한 작품이 공연돼 대성공을 거뒀는데 서울에서도 정적 포즈와 서정적 유연성이 두드러져「아다지오」의 진수를 맛 볼수 있는 부르농빌의 안무작품중 2인무가 선보인다.

<돈 키호테>
자기 이상을 추구하기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스페인기사 돈 키호테이야기는 일찍이 18세기부터 발레로 만들어졌으며 1869년 프티파가 새로 안무한 작품이 한동안 계속 공연됐다.
그후 1900년 알렉산드르고르스키가 밍쿠스의 음악에다 발레의 정식 절차를 없애고 연극적 리얼리즘에 충실한 재안무를 시도한 3막짜리 발레는 프티파의 개념을 뛰어 넘은 것으로 평가되는데 볼쇼이발레단도 고르스키의 안무작품가운데 그랑파를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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