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국 해트트릭 … 모처럼 후련한 골 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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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공격 최전방에서 2골·1어시스트로 맹활약한 설기현(왼쪽에서 둘째)이 헤딩슛을 시도하고 있다. 수원=오종택 기자

화끈한 골 잔치였다. 나흘 전 이란전의 찜찜한 무승부 기억을 깨끗하게 씻어버린 승리였다. 선수들은 크게 이기고 있으면서도 마지막까지 골을 탐냈다. 국내파 정조국(서울)이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프리미어리거 설기현(레딩)과 일본파 조재진(시미즈)이 나란히 두 골씩을 넣었다. 김두현(성남)도 1골.2도움으로 맹활약했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아시안컵 B조 조별리그 4차전에서 대만을 8-0으로 대파했다. 한국은 3승1무(승점 10)를 기록, 조 선두를 굳게 지켰다.

한국은 조재진.정조국 'J-J 투 스트라이커'에 측면 공격수 박지성과 설기현까지 공격에 깊숙이 가담해 4-2-4 포메이션으로 대량득점을 노렸다. 대만은 공격수를 모두 빼고 수비와 미드필더로만 한국의 공격을 막아보려 했다.

전반 3분 김남일의 날카로운 로빙 패스가 설기현에게 전달됐고, 설기현은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대만 골문을 열었다. 2분 뒤에는 '오버래핑의 정석'으로 골이 만들어졌다. 설기현이 공간을 만들어줬고, 송종국이 오버래핑에 이은 크로스를 날렸고, 정조국이 헤딩슛으로 마무리했다.

전반 막판 두 골은 '킥의 달인' 김두현이 만들어냈다. 김두현은 전반 43분 프리킥으로 설기현의 헤딩골을, 2분 뒤에는 코너킥으로 정조국의 헤딩골을 어시스트했다. 김두현은 A매치 4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후반 9분 박지성과 이영표가 나란히 최성국과 장학영으로 교체됐다. 19분 설기현이 골에 목마른 조재진에게 골키퍼와 수비수 사이를 빠져나가는 완벽한 크로스를 넣어줬고, 조재진이 가볍게 마무리했다. 후반 33분에는 김두현이 날린 중거리슛이 곡사포처럼 휘며 대만 골문을 파고들었다. 38분 최성국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조재진이 성공시켰다. 후반 숱한 기회를 무산시켰던 정조국은 후반 44분 단독 드리블 골로 기어코 해트트릭을 만들어냈다.

◆ 베어벡 감독의 말=이란과 비긴 뒤 정신적으로 힘든 주말을 보냈다. 월요일에 선수들을 모아놓고 많은 얘기를 했다. 이란전 녹화 화면을 보여주며 선수 개개인의 잘한 것과 못한 것을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효과가 있었다. 선수들은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최선을 다했고, 경기의 흐름도 만족스러웠다. 첫 골이 빨리 터져 큰 점수 차로 이길 수 있었다.

수원=정영재.강인식 기자<jerry@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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