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감염 알고도 출산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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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부모가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알고도 임신하는 바람에 아이가 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17일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A씨 부부는 1990년 4, 5월에 각각 에이즈 양성 판정을 받아 에이즈 감염자가 됐으나 93년 1월 여자 아이를 낳았다.

이 부부는 아이에 대한 에이즈 검사를 계속 거부해오다 최근 항체-항원-DNA 검사를 한 결과 지난 8월 11일 감염을 최종 확인했다.

보건원은 지난 1년 사이에 A씨 부부의 딸인 A양을 비롯해 세 명의 아이가 부모에게서 에이즈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99년 이후 3년여 만에 수직 감염자가 발생한 것으로 총 감염자는 다섯 명으로 늘었다.

부모가 에이즈 감염 사실을 알고도 애를 낳은 경우는 A양이 처음이다. 나머지는 임신 후 또는 출산 후 엄마의 감염 사실이 드러났다.

현행 에이즈 예방법은 에이즈 감염자가 아이를 낳지 못하도록 강제할 근거가 없다. 임신 사실을 보건 당국에 통보할 의무도 없다. 지난 6월 최종 감염사실이 확인된 B양(5)의 경우 엄마가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출산했다. 2001년 12월 동생(3)을 출산하기 직전 엄마가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동생도 현재 수직 감염 조사를 받고 있다.

보건원 전병율 방역과장은 "부모 또는 엄마가 에이즈에 감염된 상태에서 아이에게 수직 감염시킬 가능성은 20~40%"라며 "부모에게 아이를 낳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全과장은 "에이즈에 감염된 부모가 임신하면 이 사실을 보건당국에 즉각 통보하고 임신 8개월부터 수직감염 예방약(AZT)을 복용하면 아이에 옮길 가능성이 6~8%로 크게 떨어진다"면서 "신생아에게는 모유를 먹이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보건원은 올 들어 9월까지 모두 3백98명이 에이즈에 새로 감염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보다 43.7% 증가했으며 하루에 1.46명 꼴로 감염자가 발생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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