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소비 행태에 일관된 관심을 보여왔던 저자가 대중용 교양서를 내놓았다. "웅장한 박물관의 금칠한 액자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자그마한 찻집 벽에 걸린 소박한 액자에서 편안함을 느끼듯이 난해한 논리를 걷어낸 책으로 독자를 위로하고 싶었다"는 고백처럼 저자는 현대 소비사회의 다양한 측면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한다.
제목부터 재치있다. 무인도에 홀로 살았던 로빈슨 크루소조차 식량.고기를 비축하며 흐뭇한 행복감(사치)에 빠졌듯 소비(때로는 낭비)는 우리의 일상을 규정하는 절대 조건이 됐다. 문제는 일방적 소비에 매몰돼 자기 정체성을 상실하는 경우다. 명품만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드러낸다는 허위의식, 타인과 자신을 구분하는 수단으로서의 과시적 소비 등이 분석 대상이다. 인류학자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 경제학자 톨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 기호학자 앙리 르페브르의 '현대세계의 일상성' 등 소비를 둘러싼 '현대판 고전'이 주로 인용된다. 유행.패션.팝아트.광고 등을 구체적으로 다뤄 속도감 있게 읽힌다.
흥미로운 역설 하나. 중간계층이 고급 레스토랑에서 여유를 부릴 때 대기업 총수는 5000원짜리 순두부를 먹는다고 한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대기업 총수는 식사할 시간도 부족하다는 것. 그 결과 검소.노동은 현대 사회의 최고 사치재가 됐다는데….
박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