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뮤직, 동구변화의 기폭제 역할" |체코 레닌의 벽·스프링스틴 동독공연 큰 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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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소련과 동구권에서 물불처럼 번지고 있는 자유화·민주화운동의 불씨는 서구의 록음악이제공했다는 흥미있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의 티모시라이백교수는 최근 옥스퍼드대 출판부를 통해 출간한 『소련 및 동구권의 록음악』(Rock Around the Block)에서 『베를린장벽에서 블라디보스토크의 조선소에 이르기까지 사회주의 3세에 해당하는 지금의 젊은이들은 롤링스톤스와 비틀스를 통해 의식의 공감대를 형성, 이를 바탕으로 드디어는 민주화운동이 추진됐고 또 성공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 물론 당국의 통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차대전 직후부터 미국의 한물간 영화나 대중음악이 소련·동구권에 흘러들어 갔으나 자본주의에 대한 사회주의의 우월성이 워낙 강조되고 경찰의 단속도 심해 「의식의 혼란」을 초래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불세출의 록그룹 비틀스로 인해 동구권 젊은이들의 자유·민주에 대한 열망은 무르익기 시작했다. 경찰과 숨바꼭질을 하면서도 비틀스추종세력이 계속 늘어만 갔다. 비틀스멤버중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존 레넌에 대한 인기는 특히 대단했다.
특히 체코에서는 프라하주재 프랑스대사관 근처에 있는 담을 레넌의 팬들이 그의 노래와 그림들을 새긴 기념비로 바꾸었다. 이 벽은 곧 사랑·평화는 물론 혁명등을 요구하는 대자보로 가득차게 됐다. 경찰이 달려와 이를 지워버리자 「레넌의 벽」으로 명명된 이벽은 젊은이들의 성지, 나아가 자유와 민주를 요구하는 데모의 요람, 민주화의 광장이 됐다.
동독의 민주화도 지난88년 스프링스틴의 동베를린공연이 기폭제가 됐다.
바이센제 사이클경기장에는 동구사상 최대규모인 16만명의 젊은이들이 모여 당시로는 상상도 할수 없는 성조기를 흔들어 대며 그의 노래에 맞춰 『본 인 USA』(미국에서 태어났다)를 외치미 열광했다. 록음악이「철의 장막」을 부숴버린 것이다. <유재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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