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독」 국제여론에 묻자”/소 외무/국제 국민투표 제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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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유럽제국과 미국ㆍ캐나다 대상/군사대국 독일 재등장은 불원
【모스크바 APㆍAFP=연합】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장관은 2일 통독문제를 유럽제국ㆍ미국ㆍ캐나다가 포함된 국가간 국민투표나 또는 「광범위한 의회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을 제의했다.
셰바르드나제 장관은 관영 타스통신과의 회견에서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독일통일에 대한 지지 입장을 재확인하면서,그러나 통독이 유럽의 안정을 해치거나 나치와 같은 군사대국의 재등장을 가져와서는 안된다는 종래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약 2천만명의 소련인이 피살된 제2차대전 당시의 고통은 『모든 사람,특히 소련인은 독일로부터 전쟁의 위협이 다시 없을것이라는 보장을 받을 권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의 통일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새 독일국가로부터 전쟁의 위협이 제기될 수 없다는 확고한 보장이 있어야 하며 독일은 모든 영토권 주장을 버리고 유럽의 현국경선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독일의 통일이 유럽의 안정을 해쳐서는 안된다는 소련의 종전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는 궁극적으로 평화적이며 민주주의적인 통일독일의 설립에 찬성한다』고 말함으로써 독일의 통일목표에 대한 소련 당국의 분명한 찬동의사를 표명했다.
반면 독일 통일문제에 제3자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는 그의 제의는 그가 지금까지 동서독의 자결권을 지지한다고 말해온 것과는 상치되고 있다.
셰바르드나제 장관은 모스크바를 방문한 모트로프 동독 총리가 중립을 조건으로한 4단계의 독일통일 방안을 제시한후 가진 이 회견에서 모트로프의 계획을 대체로 지지하고 통일된 독일이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데 찬성했다.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2일 그레고르 기지 동독 공산당 서기장과 회담했는데 회담후 기지는 기자회견에서 그와 고르바초프가 독일의 통일이 유럽을 불안하게 해서는 안된다는데 전적으로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통독 국내문제만은 아니다” 강조(미니해설)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장관의 2일 독일 통일문제에 대한 「국제 국민투표」 제의는 실제로 구체적인 내용을 갖는다기 보다는 독일통일이 단지 독일만의 문제가 아니며 독일통일과 관련된 주변국가들의 「정당한 관심」의 표명이자 모트로프 동독 총리의 중립화 통독 4단계 방안에 대한 소련측의 지지표명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이는 그동안 「독일 국민의 자결」에 맡긴다는 소련의 통독에 대한 종래의 방침이 하나의 외교적 수사였으며,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 최대 피해국이자 전승국이며 독일 분단의 당사국인 소련의 의사를 묻지 않고선 독일통일은 이뤄질수 없다는 소련의 강경한 의사표시라고도 할 수 있다.
셰바르드나제 장관이 이날 회견에서 『독일에서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보장』이란 바로 통일독일의 중립화를 의미하며,독일은 동서 어느쪽의 군사블록에도 참여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이와함께 독일이 통일되더라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탈퇴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었던 미국이 모트로프의 중립화 통일안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특히 서독내부에서도 모트로프의 제안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이는 독일문제가 가지고있는 국제성에 비춰볼때 중립화는 독일인들이 주변국가들에 치러야할 「최소한의 대가」라는 인식에서 나온것 같다.<정우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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