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울라운지] "독립기념일은 화합의 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다양한 인종이 어울려 살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독립기념일은 국민 화합의 날입니다. 인종과 출신 배경을 뛰어넘어 모두가 한 공동체의 일원임을 깨닳게 해주는 자리죠."

31일은 49번째 맞는 말레이시아의 독립 기념일이다. 25일 서울 한남동 주한 말레이시아 대사관저에서 만난 다토 M 산타나나반 대사는 말레이어로 '메르데카 날'로 불리는 독립기념일이 바로 말레이시아 사회를 화합으로 이끄는 중요한 열쇠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 곳곳에서 종교와 인종간 갈등.대립이 표출되고 있지만 말레이시아에서는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뿌리내린 상태"라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는 다인종 국가이다. 전체 인구 2500만 명 중 말레이인이 62%로 가장 많고 중국계(27%)와 인도계(8%) 등이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인종에 따라 종교도 나뉜다. 이슬람교가 국가 종교로 돼있지만 불교.힌두교 등 다른 종교의 자유도 인정된다.

산타나나반 대사는 "무슬림의 라마단, 중국계의 설날, 힌두교도들의 디파발리 같은 각각의 큰 축젯날에는 다른 종교를 가진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오픈 하우스' 풍습이 있다"며 "서로 벽을 쌓지 않고 어울리는 게 화합의 비법"이라고 설명했다. 축제를 통한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 외에 고위 공무원 할당제, 대학 입학 특혜 등 정책적 뒷받침도 있다.

한국 부임 3년째인 산타나나반 대사는 "엄숙한 분위기인 한국의 광복절과 달리 말레이시아의 메르데카 날은 축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의 반일 감정처럼 말레이시아인들에게서 영국에 대한 반감은 찾기 힘들다"며 "아마도 영국인의 '영리한' 식민지배 방식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는 풍부한 자원을 노린 서구 열강의 침탈로 수백 년에 걸쳐 식민지배를 받았다. 16세기 포르투갈을 시작으로 네덜란드와 영국이 차례로 지배했다. 195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독립기념 낙하쇼
말레이시아 독립기념일(8월 31일)을 맞아 26일 쿠알라룸푸르 타워에서 고공 낙하쇼가 펼쳐졌다. 421m 높이의 건물 꼭대기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세계 각국에서 80여 명의 낙하 전문가(점퍼)가 참가했다. 사진은 독일 출신의 한 점퍼가 누운 자세로 낙하하고 있는 모습. [쿠알라룸푸르 AP=연합뉴스]


내년 독립 50주년을 맞아 말레이시아 정부는 대대적인 경축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2007년을 '말레이시아 방문의 해'로 지정하고 일 년 내내 다양한 볼거리와 놀거리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관광객은 1600여만명. 내년에는 관광객 2100만 명 유치가 목표다.

관광 대국으로 성장하기 위한 말레이시아의 강점으로 산타나나반 대사는 '복합문화'를 꼽았다. "말레이시아는 인종과 문화의 용광로 같은 곳이에요. 한 나라에서 이슬람.중국.힌두.말레이 문화를 두루 경험할 수 있는 곳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을 거에요. 말레이시아에 오면 여러 나라를 돌아본 것과 같은 체험을 할 수 있죠."

그는 말레이시아 관광청의 대표적인 홍보 문구인 '말레이시아, 아시아의 진수(Malaysia, Truly Asia)'를 힘차게 외쳤다.

글=박현영, 사진=김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