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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ㆍ불안 공존하는 뉴타운시장

중앙일보

입력

"지분을 사달라고 부탁하는 손님들로 북적거려요”(신길뉴타운), “매물은 나오고 있지만 매수자가 따라붙지 않아요”(한남뉴타운).

서울 주택 재개발시장에 기대감과 불안감이 공존하면서 시장 분위기도 지역별로 엇갈리고 있다.

영등포구 신길뉴타운과 동작구 흑석뉴타운 등은 9월말 도심낙후지역 정비사업을 위한 도시재정비촉진지구 시범지구로 지정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지분 값이 들썩이고 있다. 매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지만 대기 매수세가 끊이지 않는다.

반면 재개발 기대감으로 올 상반기 땅값이 치솟았던 용산구 한남뉴타운은 최근들어 ‘땅 6평 이상 토지거래허가’라는 악재가 터져나오면서 매수세가 뚝 끊기는 등 거래 위축이 심화되고 있다.

신길·흑석뉴타운 주택 지분 값 상승세

이달 말 재정비촉진지구 지정을 앞두고 신길뉴타운과 흑석뉴타운 일대 부동산시장이 벌써부터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시범지구 지정 가능성이 크다는 소문이 번지면서 매물은 자취를 감췄으나 매입 문의는 꾸준하다.

신길뉴타운의 경우 10평 안팎 다세대주택 지분 값은 평당 2000만원으로 한달 전보다 평당 100만원 가량 올랐다. 일부 지역에선 평당 2200만원을 호가한다. 30평 내외의 단독주택 지분 값은 한달 전 평당 1000만원에서 지금은 1100만~1400만원으로 뛰었다.

신길동 블루칩랜드공인 김승배 사장은 “신길뉴타운은 규모가 크고 기반시설도 잘 갖춰져 시범지구로 지정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며 “시범지구로 지정되면 땅값이 평당 3000만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물건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될 경우 6평 이상 거래시 토지거래허가를 받아야 하는 데도 이곳에서는 이런 악재가 먹혀들지 않는 것 같다”며 "촉진지구 지정 전에 물건을 선점하려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뉴타운내 아파트 값도 오름세가 뚜렷하다. 우성5차 32평형은 보름새 3000만원 이상 올라 2억8000만~3억원을 호가한다. 삼성래미안 32평형도 2000만원 가량 올라 3억~3억6000만원이다.

신길동 영신공인 관계자는 “집 주인들이 추가 가격 상승을 기대하면서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뉴타운 인근에 있는 건영아파트 31평형의 경우 2억5000만~2억8000만원으로 이달 초보다 3000만원 가량 호가가 뛰었다.

흑석뉴타운 역시 10평대의 다세대 주택 매물을 찾기 힘들다. 가격도 대지 지분 10평대가 평당 2200만~2500만원에 이를 정도로 강세다. 이같은 호가는 지난 7월초보다 평당 200만원 정도 상승한 것이다.

흑석동 한마음공인 관계자는 “흑석뉴타운이 촉진지구로 지정되면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물이 거의 사라진 상태”라며 “물건도 많지 않고 가격도 너무 올라 거래는 뜸한 편”이라고 전했다.

투자열풍 가라앉은 한남뉴타운

반면 한남뉴타운 부동산시장은 썰렁하다. 다주택 보유자들이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매물을 가끔씩 내놓고 있지만 사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남뉴타운 전문 중개업소인 제국공인 문호성 사장은 “그동안 지분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른 데다 6평 이상 토지에 대한 거래허가제를 재정비촉진지구 지정 이전에 조기 시행할 것이란 소식이 매수세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남뉴타운의 경우 거래가 거의 자취를 감춰 최근 거래를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하는 중개업소가 적지 않다. 매물도 없지만 호가도 빠지지는 않고 있다. 대지지분이 10평이면서 한강변에 있는 다세대주택은 평당 5000만~6000만원을 호가한다. 30평짜리 단독주택은 6억~7억5000만원선이다.

한강로 사랑공인 관계자는 “가격이 너무 비싸 매입 부담이 적지 않은 데다 거래허가제까지 실시되면 팔고 싶어도 마음대로 못 파는 사태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이 매수자의 움직임을 꺾는 큰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백준 J&K 대표는 “신길뉴타운 등도 촉진지구 지정 기대감에 시장 분위기가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며 “올해부터 재개발 지분도 주택 수에 포함돼 내년부터 실시되는 2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 50%)를 피하기 위한 매물이 점차 늘면서 가격도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인스랜드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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