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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영암군 대불공단 싸고 ″영토분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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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대불공단을 사수하자.』
전남의 젖줄 영산강 하구의 한적한 강변고을 영암이 마치 결전에 돌입하기라도 하듯 자극적인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와 피킷들을 내걸고 벌집을 쑤셔놓은 듯 떠들석하다.
전남목포시와 영암군간에 지방자치시대를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영토분쟁(?)이 진정·건의 등 암투단계를 넘어 집단시위 사태 등 본격적인 열전차원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분쟁발단>
목포와 영암간에 「땅 차지 줄다리기」가 시작된 것은 영산강 종합개발사업으로 생긴 영암군 삼호면 용앙리 등의 드넓은 간척지가 지난해 11월12일 「대불산업기지」로 지정, 고시되면서부터였다.
목포시가 서남해안시대의 거점 항구도시로서의 대 목포 권을 구상, 대불공단을 포함한 삼호면 일대를 목포에 편입시키겠다고 선수를 치고 나오자 영암군민들도 이에 질세라 「그것은 절대불가」라고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목포시민들의 행정구역 확장, 특히 대불공단을 향한 집념은 정말 대단해 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이한빈 박사 등 석학·전문가들을 대거 초빙, 대규모 심포지엄을 여는가하면 목포 애향협의회 등 각종 사회단체 공동명의의 건의서를 잇따라 정부 관계부처에 내는 등 그야말로 관민합동의 총력전 태세.
목포시민들은 대불공단이 지난해 11월3일 기공식을 갖고 본격공사에 들어가자 경축 추진위 (위원장 홍순기·62·목포상의회장)까지 구성, 범시민적인 자축잔치를 벌이는 등 대불공단 목포편입을 기정사실로 밀어 붙이고 있다.
목포시와 사회단체 등의 다각적인 작전구사로「대불공단은 목포 것」이라는 분위기가 고조돼가자 영암군민들도 영암군 번영회 (회장 하대주·58)주도로 대불 수호에 나서 편입반대 진정서를 관계당국에 띄우는가 하면 주민대표를 내무부에 보내 반대엄포를 놓는 등 적극적인 맞불 작전을 펴고 있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서 삼호면 민들은 그 동안 이래도 좋고 저래도 그만 이라는 식의 다소 어정쩡한 입장에서 최근「삼호시 독립」으로 급선회, 지난 16일 송언종 전남지사의 영암군 연초순시에 맞춰 「대불공단 목포편입반대」등의 대형 플래카드를 군청 정문 앞 도로 등에 깔아 놓고 집단시위를 벌이는 등 한층 기세를 올리고 있다.

<주민주장>
목포 측은 21세기 한국의 경제중추로서 이른바 서남해안시대에 대비해 대불공단 편입 등 목포시의 행정구역 확장은 시대적 요청이라는 당위성을 내세우고 있다.
김진호 목포상의 사무국장(60) 은『목포의 광역화는 서남해안시대를 성공으로 이끄는 가장 선결조건입니다. 목포항이 부산과 같이 거대한 항구로 발전해야 대 중국 교역 및 대불공단 등 서남해안 각종 산업시설의 해상관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그 이유로 여수와 여천공단 배후도시인 여천시의 경우 두 시가 분리된 후 이에 따른 지역적·국가적 불이익을 예로 들며 『대불공단을 포함한 목포의 광역화가 지자제 실시 전에 꼭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암 쪽, 특히 삼호면 민들은 생존권적 차원인 의붓자식론을 펴며 『삼호를 먹겠다는 것은 염불보다 잿밥을 노리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유달산은 목포 땅, 삼호는 영암 땅』이라는 구호를 내건 주민들의 의지는 결연하다.
목포 측이 내세우는 대목포론은 사실상 대불공단을 차지하겠다는 명분을 위한 것이고 대불을 뺏기면 삼호는 마치 의붓자식처럼 기존 목포 중심의 시정에 밀려 변두리로 개발 등에 푸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게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목포 편입반대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김종팔씨 (41·평민당 영암지구당 조직부장)는『목포의 행정구역 확장은 영산강을 사이에 둔 삼호보다 목포대학교가 들어서 있는 무안청계 쪽으로 하는 것이 지형지세로 봐도 우선』이라면서 『대불공단 조성으로 인한 공해 등 피해는 삼호 사람들이 당하고 세수는 목포에서 먹겠다는 발상은 가당치도 않다』고 했다.

<대불공단>
영암군의 11개 읍·면 중 81년 4백24억원을 들여 축조된 영산강 하구 둑(길이 4천3백50m,높이20m으로 목포와 연결된 삼호면에 들어서는 이 공단은 총면적 4백15만평규모.
여천중화학공단과 광양제철공단에 이은 전남 권 제3의 대규모 공단인 대불산업기지가 가동되면 연간 총1조2천억원의 엄청난 소득창출효과는 물론 25만명에게 고용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영암=임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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