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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간섭 벗고 경제부흥 앞장/경단련(보수대연합과 일본경제: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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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기업「사회책임」강조… 국민신뢰 쌓아/건강나쁜 현직 수상에 퇴진 권유도
통합신당의 창당선언 이후 경제가 도대체 어떻게 돌아갈 것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경제논리 위에서 자주 군림했던 정치권이 일대 지각변동을 겪으면서 경제도 물흐르듯 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복잡한 정치적 역학관계 때문에 더욱 드센 바람을 탈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신당이 일본 자민당 방식을 모델로 한 것이라면 보수대연합 이래 그 모델이 경제부흥기ㆍ성장기ㆍ안정기를 거치면서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변화를 추구하는 우리 경제의 타산지석으로 삼고자 한다. 세차례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주>
민정ㆍ민주ㆍ공화 3당합당에 따른 경계개편과 함께 전경련의 위상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민당결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일본 경단연과 한국 전경련이 새삼 대비되기 때문이다.
특히 전경련은 2월초 조직개편을 하는등 체질개선작업을 서두르고 있어 변신이 주목되고 있다.
일본 경단연은 전후 일본경제를 재건,오늘의 경제대국을 이루는데 견인차역할을 했다.
경단연은 1945년 일본경제연맹회등 경제4단체가 모인 경제단체연합위원회가 그 시초였다. 46년에는 이를 개편,전국 1백18개 업종별단체와 8백45개 주요기업을 망라한 것이 오늘의 경제단체연합회가 됐다.
경단연은 흔히 정치ㆍ경제ㆍ사회 전반에 걸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재계의 총본산으로 일컬어지고 경단연회장은 재계총리로 비유된다. 그러나 이는 경단연의 금권 때문이 아니라 일본경제발전에 끼친 업적 때문이다.
경단연이 정치권에 대한 영향력이 얼마나 강했나 하는 것은 55년 보수대연합제창이 결국 자민당 결성을 몰고온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당시 사회당의 급격한 세력성장에 대해 재계가 위기감을 느꼈다.
경단연은 초기에 기업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단체라고 매도되기도 했으나 경제규모가 커지고 정치권과 대화의 채널이 넓어지면서 소비자를 포함한 국민경제 전반에 눈을 돌렸으며 경영자의 사회적 책임론이 공명을 일으킨 시점에서는 과감한 변혁과 시의적절한 정책대안을 제시해 국민의 신뢰를 쌓아 왔다.
보수대연합 직후 경단연은 일본 경제의 합리화와 근대화에 앞장서 품질향상운동을 전개했으며 정부에 대해서는 국제수지 불균형을 타개하기 위해 수출진흥정책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안이한 산업보호관리체제에서 탈피해 국제적 시각을 갖추도록 하라고 과감히 비판하고 각 산업부문에 미주알고주알 챙기는 정부의 간섭주의를 간접적 유도정책으로 바꾸는데 큰 역할을 했다.
60년대 후반에 경단연은 자본자유화 정책을 지지하면서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외화거부 현상이 「현대의 쇄국주의」이며 「일종의 이기주의」라고 비판하고 경영자들이 스스로 기술을 혁신하고 기업체질을 개선해 외국과 대결해야 하며 「작은정부」로 관과 민의 역할분담이 이루어져 보다 효율적인 경제정책이 시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수년 사이에는 행정 및 재정개혁,인허가 제도의 간소ㆍ합리화,국철 개혁을 추진했으며 세제,토지및 주택문제,농업정책,금융 및 자본시장의 국제화,대외경제마찰개선 등의 사업에 주력해 왔다.
경단연의 정계에 대한 발언이 큰 파문을 일으킨 사건도 있었다. 보수합동이 실현된 직후 경단연회장이 하토야마수상의 퇴진을 권고한 때였다.
당시 수상은 몸이 불편해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었는데 경단연은 한나라 지도자의 건강이 악화되면 경제가 최악의 상태에 빠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물러나야 한다고 공공연히 요구해 정계를 발칵뒤집어 놓았으며 결국 수상은 퇴진하고 말았다.
경단연과 정치헌금과 자민당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경단연은 형식상 국민정치협회를 통해 자민당에 체제유지비용을 헌금함으로써 정치자금양성화에 한 몫을 했다.
그러나 자민당에만 정치자금을 대면서도 국민의 비난을 받지 않는 것은 경단연의 업적에 대한 평가와 함께 일본의 정치풍토 탓이라고 볼 수 있다.
88년 10월 구자경 럭키금성그룹회장(당시 전경련회장) 이 특정 정당을 정치자금 지원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발언을 했다가 호되게 당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라는 명칭이 보여주듯 전경련은 오너들의 모임이다.
반면 경단연은 소유와 경영이 철저히 분리된 기업체의 모임이다.
또한 일본의 경우 사회당과 공산당이 공개적으로 정치자금을 모을수 있고 기관지발행수입에 의존하는 이들 정당의 정치자금모금액이 표면적으로는 자민당보다 결코 적지 않다.
경단연은 반드시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서만 정치헌금을 하지 않는다. 국민 경제 전체와 세계경제를 들여다보며 활동하고 있다.<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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