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여사 - 미국 여성 '54년 펜팔 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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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952년 미국 테네시주의 램부스대학에서 만난 조이너(左)와 이희호 여사.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84) 여사가 70대 미국 여성과 50년 넘게 편지를 통해 우정을 이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화제의 여성은 미국 테네시주 저먼빌에 사는 아이모진 조이너(77).

두 사람의 54년 펜팔 우정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조이너가 최근 이 여사와의 추억과 우정을 담은 책 '파란만장한 인생'(A Life of Many Tales)이 출판되면서다.

이 책에서 조이너는 이 여사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나눴던 이야기와 함께 했던 대학시절을 담담하게 적고 있다. 이 여사가 조이너에게 보낸 편지와 대학시절 사진 등 두 사람의 우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조이너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54년 전 시작된 편지 교류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이 여사와는 펜팔 친구로 시작해 룸 메이트로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사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50년대 시작됐다. 테네시주 잭슨에 있는 램부스대학에 재학 중이던 조이너는 한인 동급생인 김봉자씨를 통해 펜팔 친구를 소개 받았는데 그가 바로 이 여사였다. 당시 조이너가 23세, 이 여사는 30세였다.

두 사람은 52년 초부터 펜팔을 시작했다. 편지를 통해 이 여사는 "공부를 더해 한국 여성들을 돕고 싶다"고 유학의 꿈을 밝혔고 조이너가 유학을 도왔다. 이 여사가 램부스대학으로 유학 온 뒤 그는 이 여사와 방을 함께 쓰면서 우정을 다졌다. 이 여사는 "기숙사가 문을 닫는 여름.겨울방학 때면 조이너 집에서 함께 지내며 공부했고 항상 나를 따뜻하게 대해줬다"고 회고했다. 조이너는 "친언니처럼 다정한 사람이었다"고 이 여사를 회상했다. DJ가 대통령이 된 뒤 이 여사는 조이너를 청와대로 초청해 재회의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이 여사는 "요즘도 1년에 한 두 차례 편지를 통해 안부를 주고 받는다"며 "조이너가 쓴 책도 보내줘 읽어봤다"고 말했다.

조이너는 "이 여사가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남편과 함께 변화시킨 한국의 모습은 정말 놀라웠다"면서 "내가 그의 인생 한 부분에 속했다는 것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LA지사=서우석 기자,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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