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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가술술] 외우기보다 보고·듣고·읽게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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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귀를 함께 사용하면 중국어와 친해질 수 있다. 초등학생 딸은 둔 내 친구는 아이가 흥미를 느낄 만한 내용의 중국어 TV프로그램을 보게 하고 아이 스스로 흥미를 느낄 때까지 내버려 두었다. 아이는 TV를 보며 자기도 모르게 따라하다가 "저게 무슨 뜻이에요"라고 물었고, 친구는 그제서야 아이에게 의미와 발음을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아이가 획일적인 암기 학습에서 벗어나 흥미롭게 중국어를 배우도록 부모가 다양한 내용의 첨단 언어학습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게 중요하다. 오디오 북, 애니메이션, 테이프, 비디오, CD와 같은 멀티미디어 자료를 많이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오디오 북,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미운 오리새끼'나 '토끼와 거북이'와 같이 이미 한국 어린이들이 익히 알고 있는 이솝 우화를 중국어로 들려주면 더욱 효과적이다. 애니메이션도 생소한 내용의 중국동화보다는 먼저 한국 어린이들이 잘 아는 '알라딘(阿拉丁)', '라이온 킹' 같은 내용이나 TV에서 인기를 끌었던 만화영화에 중국어 자막과 더빙이 들어 있는 것을 보여주면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할 수 있다.

◆ 한 가지를 반복해서 보여줘라

한 가지를 반복해서 보여주는 게 효과적이다. 빨리 배우게 하려는 부모의 욕심 때문에 이것저것 보여주다가 오히려 흥미를 반감시킬 수 있다. 한 가지를 보고 또 봄으로써 아이도 모르는 사이에 내용을 이해하게 하는 편이 낫다. 한국어로 이미 몇 번 읽었던 동화 가운데 중국어로 쓰여 있는 책을 읽게 한다. 오디오 북으로 들을 수 있는 동화라면 아이가 딴 일을 하다가도 무의식적으로 듣게 되므로 듣기 연습에 도움이 된다. 여자 아이라면 '백설공주'를 누구나 즐겨 읽고 내용도 훤히 안다. 그런 상황에서 중국어로 된 '백설공주' 책을 읽게 하고, 테이프도 반복적으로 듣게 한다면 효과는 훨씬 크다. 이때 설사 모르는 단어나 표현이 나와도 아이는 전체 스토리를 알기 때문에 이해하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다. 아이는 때로 스토리 흐름에 따라 스스로 유추하는 창조적인 학습을 하게 된다.

◆ 단어 맞히기 놀이를 하라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학습하도록 유도하는 과일.동물.신체.색깔 맞히기 게임을 할 수 있다. 신체 맞히기의 경우 카드에 신체 특정 부위를 나타내는 중국어 단어를 쓰고 뒷면에 양면 테이프를 붙여 아이들에게 직접 해당하는 몸의 부위에 붙여 보라고 한다. 또한 직접 신체를 만지는 노래를 하면서 중국어 단어를 익힐 수도 있다. '머리 어깨 무릎 발' 노래를 율동에 맞추어 중국어로 부르게 하면 아이는 자기 몸을 만지면서 더욱 확실하게 각인할 수 있다. 과일 맞히기는 여러 가지 과일을 쟁반에 담아 두고 아이의 눈을 가린 뒤 만져 보고 중국어로 맞히게 하는 방법이다.

◆ 큰소리로 말할 기회를 주어라

아이가 중국어를 배우고 처음 한 달간 발음과 성조에만 집중했다면, 그 다음부터는 기본 단어와 표현이 입에서 술술 익숙하게 나오도록 큰소리로 읽게 한다. 읽을 때 입을 되도록 크게 벌리고 목이 쉬어라 소리 높여 발음한다. 초등생은 되풀이해 읽고 외우는 것을 지루해 할 수 있으므로 구연 동화, 웅변 대회, 연극에 참가시키면 중국어로 말할 기회가 생기므로 적극적으로 읽고 말하게 될 것이다. 각 지자체 청소년 문화센터의 중국어 관련 프로그램도 활용할 수 있다. 방학을 이용해 중국에서 온 단기 유학생의 홈스테이를 신청해 집에서 묵게 하면 친구도 사귀고 중국어에 대한 자신감과 흥미를 높일 수 있어 금상첨화다.

황지연 한국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한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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