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수도계량기 얼어터져 한겨울 식수난 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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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공사비 줄이려 보온재 제대로 안써/서울서 이틀새 2천6백건 발생/주공ㆍ시영 많은 상계등 피해 극심
수도 서울의 현대식 아파트단지 곳곳에서 영하 10도를 밑도는 5일간의 추위에 상수도 계량기가 얼어터지는 동파사고가 23,24일 이틀동안 2천6백여건이나 발생,물을 먹지 못하고 양변기를 사용못하는 등 대소동이 빚어지고 있다.
이같은 동파사고는 아파트를 지으면서 공사비를 조금이라도 줄이기위해 계량기보온시설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주공ㆍ시영아파트가 주로 몰려있는 대단위 아파트지역인 상ㆍ중계동,창동,월계동 일대가 특히 심해 전체의 절반이 넘는 1천4백80건이나 발생한 것으로 접수됐다.
중앙복도식인 주공아파트의 경우 계량기를 외부기온과 직접 접촉하게 돼있는 복도에 설치해 두고도 보온시설을 제대로 하지않아 동파사고가 더욱 많았다.
이같이 동파사고가 계속되자 일부 아파트 주민들은 헌옷가지 등을 이용,계량기를 싸주는 등 곤혹을 치르고 있다.
◇현장=서울 월계3동 월계시영아파트의 경우 11,13평 전체 2천6백10가구중 60여가구의 계량기가 얼어터져 수도물이 나오지않고 있다.
이 아파트 계량기는 출입문 바깥 복도에 설치돼 있으나 스티로폴 등 보온을 위한 보온재가 없어 날씨가 추워지며 얼어 터진것.
주민 김동찬씨(67ㆍ36동410호)는 『23일아침 계량기가 얼어붙어 신고했으나 아직 고쳐주지 않아 이웃에서 물을 얻어다 밥을 해먹고 있다』고 불평했다.
상ㆍ중계동,창동일대 상수도공급을 맡고있는 북부수도사업소의 경우 23일 하룻동안 접수된 수도계량기 동파신고는 1천4백80건에 달했고 올 겨울들어 신고된 전체건수는 2천5백20건.
이들 수도계량기 동파는 상계동 주공17,18,19단지 등 새로지은 아파트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났고 실내에 설치했던 계량기를 외벽에 바꾸어 단 일반아파트도 비슷한 피해를 봐 이 지역 7천여주민들이 수도물이 나오지않아 고통을 겪고 있다.
◇복구=북부수도사업소 우제광기전계장(42)은 『23일 하룻동안 1천4백여건의 신고가 들어와 직원 30여명이 밤11시까지 계량기 교체작업을 벌였으나 계속 신고가 밀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냉ㆍ온수용 수도 미터기가 건물 외벽에 노출돼 있는 창동 주공19단지 아파트의 경우 12개동 1천7백64가구중 22,23일밤동안 모두 20가구의 온수용 수도미터기가 얼어터져 관리사무소측은 24일 온수용 수도미터기 15개를 긴급 구입,주공직원ㆍ관리사무소직원 등 20여명이 교체작업을 벌였다.
서울시 상수도 사업본부측은 『복구작업은 사고건수에 비해 일손이 워낙 부족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혀 주민불편이 빠른 시간안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인=서울시 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이같이 동파사고가 심한것은 ▲아파트시공때 보온시설을 충분히 하지않은 데다 ▲입주자들이 심한 추위때면 수도물을 조금씩 계속 틀어놓아야 하는데 수도꼭지를 잠그는바람에 물의 순환이안돼 쉽게 얼었기때문이라고 밝혔다.
◇대책=서울시 수도사업본부 황선문급수운영실장은 『계량기의 보온시설이 의무사항이 아닌 권장사항이어서 이를 제대로 규제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주택건설업자들이 극히 사소한 공사비를 아끼기 위한 보온재미설치에 대한 규제방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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