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은 "카드가 수상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 다시 고개 드는 카드 대출=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동향'에 따르면 2분기 카드 대출은 전분기보다 3654억원 늘어났다. 카드사.할부금융 등 여신전문기관 대출액도 7146억원으로 전 분기(2049억원)보다 증가세가 크게 가팔라졌다.

카드 대출은 2002년 4분기 이후 계속 줄다가 지난해 4분기에 처음 증가세로 돌아서 3810억원의 '반짝 증가세'를 보였다. 올 1분기엔 마이너스 3782억원을 기록하며 진정세로 돌아서더니 2분기 들어 다시 급증한 것이다.

◆ 불길한 증가세=한은 측은 2분기 카드 대출 증가세를 심상치 않다고 보고 있다. 내용 면에서 2002년의 재판을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이번 대출 증가는 주로 카드업체 간 신규 회원 확보 및 대출 경쟁 격화가 주원인이다. 한은 금융통계팀 정유성 차장은 "카드대란을 불러왔던 2002년의 '길거리 카드 발부' 같은 극단적 양상은 아니지만 업체 간 마케팅 경쟁이 다시 과열 조짐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분기 연말 개인자금 수요가 몰린 '반짝 증가'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ABN암로증권 박수현(카드.은행담당) 애널리스트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나타난 은행권 카드사들의 외형 확대 경쟁이 최근 LG카드 매각을 전후로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카드업체들은 최근 연체율이 안정세를 보이자 높은 수익을 내는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영업 비중을 속속 강화하고 있다.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의 마진은 각각 5.5%, 3%에 달해 카드 신용판매 마진(1.5~2%)을 크게 웃돈다.

◆ 부실 대출 미리 막아야=문제는 카드 대출 수요층이 대부분 시중은행 대출 창구를 이용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이라는 점이다. 카드 대출 금리 부담도 만만치 않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행 카드론 대출금리는 연 9~27%에 달한다. 이는 연 6~9% 수준인 은행권 '유동성대출(마이너스 통장)'금리의 서너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은행 대출이 어려운 사람들이 고리대금인 사채시장 대신 카드 대출을 이용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카드업계 측은 그러나 '카드대란'이후 고객 신용 관리 시스템을 크게 강화한 만큼 부실 대출에 따른 '카드업계 위기설'은 사실무근이란 주장이다. 여신금융협회 측은 "카드사들의 신용관리 강화 노력으로 한때 70%를 웃돌던 카드 대출 비중이 지난해 말 40% 중반까지 떨어졌다"며 "업계의'불량 고객' 정보 관리도 한층 강화돼 카드대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금융통계팀 정유성 차장은 "카드론 이용기한이 30~50일 정도여서 최근 카드 대출 증가세가 카드 대출 연체율에 영향을 미칠지는 두세 달 뒤에야 알 수 있다"며 "이른바 '카드 돌려막기' 가능성도 여전해 사전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ABN암로증권의 박 애널리스트는 "일부 은행계 카드사를 제외하면 여전히 고객정보 관리에 허술한 측면이 있다"며 "카드업계가 지나친 외형 경쟁을 삼가고 고객관리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재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