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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규제만으로 될까/안정기조 유지에 구조적 접근을(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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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이발ㆍ미용ㆍ숙박료 등 개인서비스요금에 대한 관리를 강화,43개 업종의 올해 요금인상률을 10% 이내로 억제키로 했다 한다.
특히 그중 정부의 승인이나 고시를 필요로 하거나 정부에 신고해야 하는 숙박ㆍ목욕료ㆍ낚시장 입장료ㆍ예식장 이용료ㆍ문화재관람료 등 11개 정부관여 요금에 대해서는 경과기간에 따른 요금인상 가이드라인을 새로 마련,요금인상 후 1년 미만인 것은 일체 인상을 불허하고 2년 미만은 3%,3년 미만은 5%,4년 미만은 7% 이내,4년 이상된 요금이라도 10%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할 방침이라 한다.
올해 경제운용에서 물가문제가 심각한 과제의 하나로 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일이다.
연속 3년에 걸친 고율의 임금인상과 부동산 임대료 상승,지난해의 통화증발 여파가 올해에 그대로 넘어온 데다 올해에 예상되는 물가상승 요인만도 새로운 단체교섭에 따른 임금인상 외에 학교납입금ㆍ지하철ㆍ상수도ㆍ철도ㆍ우편요금 등 공공요금이 줄지어 인상을 기다리고 있고 지방의회선거로 예상되는 통화증발과 과소비풍조,그리고 원화절하에 따른 원가상승 부담까지 물가를 올리는 데 가세할 전망이다.
특히 서비스요금은 인건비나 부동산 임대료 상승 등의 요인이 흡수장치없이 그대로 반영돼 전체 물가상승을 주도하고 인플레심리를 자극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지수상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1%에 그쳤던 데 비해 서비스요금은 13.2%나 올랐다는 것이 서비스요금의 생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연초부터 서비스요금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요금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대책을 서두르는 까닭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수없이 되풀이된 정부의 요금통제가 번번히 행정부의 체면치레용으로 끝났던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 우리는 이번 조치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동시에 아직도 이같은 고식적 수법에 매달리려 하는 정부의 자세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잘 알다시피 경제는 행정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경제 논리에 의해 움직인다. 물가도 인상요인이 생기면 오르게 마련이다.
더욱이 정부는 정부 스스로가 관리할 수 있는 공공요금중 지하철ㆍ상수도 등 일부 요금에 대해서도 그 불가피성을 들어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한다. 보도된 바로는 그 인상폭도 지하철요금은 25%,상수도요금은 9%에 달하리라는 얘기다. 공공요금을 이처럼 올리면서 민간서비스요금에 대해 인상요인보다는 기간을 기준으로 3∼10%의 인상만을 허용하겠다는 것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것인지 궁금하다.
그렇다고 물가상승은 여러가지 요인으로 보아 불가피하니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어도 좋다는 얘기가 아니다. 인상요인 발생을 방치한 뒤에 행정력으로 가격을 내리누르려 할 것이 아니라 미리 요인을 제거하는 데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다.
잘 알다시피 서비스요금의 인상에는 부동산임대료 상승이 적지 않은 몫을 차지하고 있고 부동산 임대료의 상승은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통화증발은 정부의 기우뚱거리는 통화정책에 연유하고 있고 과소비풍조도 정부가 공휴일 책정등으로 소비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진작부터 있어 왔다.
한마디로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인플레 위협은 경제정책의 혼조 속에 배태되고,그것이 시차를 두고 현재화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만큼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원인수속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방자치제선거만 해도 축제무드를 자극하거나 정부ㆍ여당이 과열경쟁에 앞장서는 일을 할 것이 아니라 그 행사가 경제에 미칠 부정적 요소들을 미리 점검,통화증발을 유발하지 않는 방안을 강구하고 공공요금도 올해와 같은 물가비상시에는 그 인상을 유보,민간에 시범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통화문제는 통화팽창으로 실세금리를 낮추는 것보다 은행금리인하로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다시 검토할 것을 제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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