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 점이 비아그라와 비슷한 작용을 하는 요체다. 교감신경이 작용할 때는 발기가 죽었다가 부교감신경이 우세하게 작용할 때 발기한다는 것은 남성과학을 연구한 비뇨기과 의사들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의학 상식이다. 바로 그것을 유도하는 것이 비아그라인데, 귓불이 그런 작용을 하는 것이다.
장안의 유명 플레이보이들이 가진 한 가지 공통점은 모두가 배용준이나 류시현과 같은 핸섬보이가 아니라 그저 평범하다고밖에는 달리 표현하기 어려운 인물들이지만, 그들의 강점은 여성을 다루는 훌륭한 솜씨다. 그 대표적 인물로 파일럿 출신의 S사장이 떠오른다.
그와 어울려 무교동 나이트클럽 등에 동행한 일이 있었는데, 그는 여성을 만나서 절대로 서두르는 법이 없었음에도 번번이 그가 쳐놓은 낚싯줄에 아름다운 여성들이 걸려드는 월척 장면을 무수하게 보았다. 한 수 가르쳐 달라는 나의 요청에, 남성이 가질 최고의 덕목은 과묵이라고 말했다. 어떻게든지 데이트를 하도록 유도해 듣기에 부드럽고 달콤한 말만 골라서 몇 마디 하되, 가장 효과적인 것은 귓가에 입을 가까이 대고 속삭이는 것이 요령이라고 했다.
귀는 그 자체가 민감한 성감대인데다가 뇌에 직결돼 있으므로 그 귀에 달콤한 말을 속삭인다는 것은 육체가 아닌 마음의 애무 방법으로 최상의 특효약일 수 있다. 성감대를 자극받으면 여성의 마음속에 성 심리가 움트기 시작하지만, 남성의 흑심이 드러나면 여성은 경계심을 가지고 강력하게 저항하므로 십중팔구 실패하게 되어 있다.
매력적인 여성을 보았을 때 섹스를 하고 싶어하는 남성의 기분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생리 현상이지만 서둘러서 목적을 향한 돌격보다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즐긴 결과로 자연스럽게 섹스에 이르는 프로세스를 택하는 편이 오히려 성공률이 높다는 뜻인가 보다. 실제로 젊은 남성들이 기어이 욕망을 드러내는 식의 분위기 속에서 섹스를 강요했다가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 그것을 여성의 성 생리를 잘 알지 못한 결과다. 그런 의미에서 중년 남성이 젊은 여성에게 좀 더 인기가 있는 것도 단지 이런 정도의 여성 심리를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행동 면에서도 약간의 테크닉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공원의 벤치 같은 데서 키스할 때에도 귓불을 혀로 감싸고 입술로는 물어서 집는 식의 기교가 필요하다. 다음에는 가볍게 깨물고 손가락으로 쥐어 당기고 때로는 세게 누른다. 귓구멍에는 입을 오므려 대고 살살 입김을 불어 넣는다. 혀로 언저리를 더듬은 뒤 귓구멍에 혀끝을 삽입한다. 플레이보이들의 이런 상용수단은 모두 의학적 이론에 그 근거를 둔 것이다.
인체의 해부 도면을 보면 귀에 분포하는 지각신경은 전신으로 직접 뻗어 있다. 여기에는 제10 뇌 신경의 핵, 알기 쉽게 말하면 미주신경의 핵이 존재한다. 미주신경이란 것은 원래 중추신경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말초신경처럼 전신에 뻗어있는 자율신경을 가리킨다. 여성의 가랑이에도 이 미주신경이 뻗어있어 성감과 성기의 충혈 등 성적 반응에 직접 간여한다. 그러니까 귀에 대한 성적 자극은 미주신경을 직접 자극하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나타낸다. 또 청각이나 평형감각을 통해서도 외부적 자극은 대뇌와 직접 이어져 있다. 귀란 것은 이른바 성기와 대뇌의 분점이고 플레이보이들이 여기를 자주 이용하는 것도 다 그런 신경작용을 노린 작전의 하나다.
곽대희피부비뇨기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