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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산책] 그 극장은 풍경도 상영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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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상업건축은 경제적인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기 쉽다. 그러나 최근에는 문화를 함께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 신촌에 새로 지어진 아트레온(옛 신영극장)도 그런 예 중 하나다. 민간 건물이면서도 현상공모로 설계자를 선정했다. 아트레온은 지상 15층.지하 4층에 3천6백63평 규모로 9개의 영화상영관과 갤러리.카페.회의실 등을 갖추었다.

현상공모에서 당선된 범건축의 박영건 소장과 김준성(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공동작품은 기본 개념이 'Open & Close'. 지층 부분의 이벤트 공간(놀이마당)을 중심으로 설계했다.

아트레온 1층에 열려있는 놀이마당은 건물 대지의 입지적인 불리함, 신촌로터리와 이화여대역 사이의 스쳐 지나가는 길목이라는 단점을 극복하고 주변 대학문화의 특수성을 흡수하기 위해 조성했다. 대학생들이 많은데도 열린 공간은 거의 없는 거리의 약점을 보완하겠다고 자청한 것이다. 이렇게 '건축적으로 비었지만 문화적으로는 채워진' 놀이마당은 이벤트 공간으로서뿐 아니라 스크린을 상징하는 유리입면을 강조하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김준성 교수는 건물의 독특한 유리 외관에 대해 "유리와 금속은 영화관이라는 건물의 기능을 적절히 표현하는 동시에 젊은이의 공간인 신촌의 문화적 특성도 잘 반영하는 재료"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관에서 연상되는 어두컴컴한 이미지를 밝은 문화공간 이미지로 바꾸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상영관으로 들어가기 전 기다리는 대기실은 전면이 유리로 되어 있어 밝고 환하다. 따라서 상영관 안의 어두움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느낌을 준다.

김교수는 또 "영화관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스크린을 건물 내부와 외부에 반복시켰다"고 설명했다. "영화관 내의 실제 스크린과 영사실을 감싸는 파란 벽, 외부의 유리벽이 아트레온의 기본적인 디자인을 구성하는 3개의 스크린"이라는 것이다.

아트레온의 유리 입면은 영화관을 단순히 '블랙박스' 안에서 2시간 남짓 영상효과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해석하기를 거부한 결과물이다. 영상의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건물 외부로 노출시킨 것이다. 덕분에 신촌 대로변의 건물 입면은 건물의 이미지를 외부에 투사하기도 하고, 도시의 일상을 반투명화된 유리면에 담는 스크린 역할도 한다.

이런 건물 외관의 '유리 스크린'과 각 영화관 내부의 스크린들 사이에는 영사실이 있는 코발트블루의 스터코(거친 마감재료)벽이 있어 서로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다. 특히 투명.반투명 재질이 섞인 복합적인 유리외관은 밤과 낮의 빛의 표현이 반대로 이루어지도록 계획됐다. 낮에는 유리를 통해 외부의 빛을 내부로 받아들이는 반면, 밤에는 조명을 통해 내부의 빛을 외부로 쏟아냄으로써 다채로운 건물 표정을 연출한다.

건물 인테리어는 콘크리트 바닥 및 벽체 등 기본 건축재료들이 가지고 있는 순수함을 드러내기 위해 재료 자체를 그대로 노출시켰다. 노출된 설비용 덕트와 철물재료 등은 실내에 전위적인 긴장감마저 자아낸다. 영화관이 배치된 5층과 6층 사이는 건물 전면이 탁 트이면서 수직적으로 이어져 대기실 특유의 폐쇄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실내지만 열린 공간에 앉아 있는 느낌이다.

건물의 최상층에는 복층형의 전시장과 옥상정원을 배치했다. 복합문화시설 기능을 염두에 둔 것이다. 아트레온 정기화 기획실장은 "13층은 카페와 갤러리 옥상정원을, 14층에는 커뮤니티 공간을 마련해 소규모 모임이나 세미나 등에 이용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실장은 "국제회의장 등 대규모 회의공간은 많지만 5~10여명의 소그룹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아트레온이 작으나마 이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혜경 전문기자

권혁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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