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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바람 몸살심한 민주/소장ㆍ중진 눈치보며 세력 규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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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YS “서너명쯤 희생” 겉은 느긋
민주당이 정계개편 바람에 휩싸여 몸살을 앓고 있다.
새해들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김영삼총재의 신당구상과 기존의 야권통합 주장 및 지도노선 등에 대한 반발등이 엉켜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진통은 최근들어 더욱 심화,당 공식회의에서 총재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는가 하면 소장파,중진모임,주류ㆍ비주류 등 끼리끼리 나뉘어 세력규합에 골몰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중진들을 포함한 상당수의 의원들은 「대변혁」에 부응하는 노선을 정하지 못한 채 눈치보기에 급급하기도 한다.
○…신당 창당을 공언하고 나선 김총재를 위시한 주류들은 표면적으로는 이러한 갈등들을 대수롭지않게 여기고 있다.
YS 구상의 실체가 공개되면 대부분이 기꺼이 따라붙을 것으로 느긋해 하고 있다.
따라서 주류들의 초미의 관심사는 당내반발의 진정보다는 민정ㆍ공화등 짝짓기 상대들의 동향과 형세파악에 더 쏠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YS의 구상이 가시화되는 시기를 대략 3월중순 이후로 잡고 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 악법개폐문제 및 광주문제 등이 마무리되는 것을 기점으로 여권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이미 공화당 김종필총재와는 얘기가 끝났으며 여권이 내부정리만 마치면 시동이 걸린다는 판단들을 하고 있다.
청와대 및 민정당쪽의 고위인사들과 내밀한 교류가 잦아지고 있어 『일이 잘 풀리고 있다』는 식의 희망적인 관측들이 주류들의 태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상도동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모 중진의 경우 1월초순 이후 곧잘 『집권당만 되면…』 이라는 표현을 종종 쓸만큼 자신감을 보이고 있을 정도다.
김총재가 최근 『내각제도 자유스럽게 논의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밝힌 것과 함께 국회의원 중선거제 및 지자제연기 등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나아가 9월께 지자제선거,91년 2월전 내각제 개헌등 구체적인 일정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또 민정당세력중 상대역으로 TK를 주류로 하되 정호용 전 의원쪽 인맥과 5공 수구파는 배제되며 이종찬계도 역시 제외될 것으로 전망하는 등 「뭔가 될 것 같은」 기색들이다.
이같은 낙관적인 분위기 탓인지 소장파등 반발세력들의 움직임을 「찻잔속의 태풍」 정도로 보려는 낌새도 있다.
신당추진에 최후까지 버틸 저항세력의 규모를 3∼4명쯤으로 잡고 있으며 결국 「떼어놓고」 갈 길을 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형우 전 총무 및 김정길ㆍ노무현의원 등을 중심으로 한 야권통합파들은 주류와는 현저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YS 구상이 야당의 적통만을 잃을 지 모를 현실성이 없는 자충수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한때 김총재의 각개격파로 위축된 듯 하기도 했지만 지난 13일의 의원ㆍ정무위원 합동총회를 계기로 YS 구상에 제동이 걸렸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소장파들의 경우 11일에 있었던 9인의 중진모임을 원군으로 삼으려는 눈치다.
이들은 현시점을 「민주당 창당이래 최대의 위기」라 보고 공화당과의 합당저지 및 당노선ㆍ운영방향 등에 대한 일대 쇄신을 벼르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고 있는 당내 동조자 규모는 대략 20명선이다.
여기에다 평민쪽 10∼12명을 합치면 「막강한」 견제세력을 구축할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원외지구당위원장 및 대의원들로부터의 지지서명 확대 ▲대규모 전국순회 강연회 개최 등 바람을 몰아간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하지만 세력판도에 있어 주류쪽의 주장은 사뭇 다르다.
재적의원 59명중 YS를 뒤따를 ▲절대 부동이 30명선이며 ▲다소 동요를 하지만 「무난히」 합류할 의원이 21명 ▲명백히 흔들리고 있는이가 5명 ▲포기 3명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관심의 대상이었던 이기택 총무가 반김ㆍ야권통합논리쪽으로 돌아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총무는 의원ㆍ정무위원 합동총회에서 『노정권하에서의 5공청산은 난망』이라는 논리로 총재노선에 우회적으로 반기를 들더니 17일 도산아카데미 초청토론회에서는 『90년대에는 특정지도자의 전횡이 이루어 질 수 없는 제도중심의 통합 지도력이 요구된다』고 밝혀 3김 체제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총무의 이러한 태도를 두고 야권통합파측에서는 『확실히 통합쪽으로 기운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이총무는 보혁개편을 최종 목표로 삼는등 아리송한 논리를 깔고 있어 「여전히 눈치보기」라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이총무를 포함,대다수 중진들의 거취가 향후 민주당의 진군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은 틀림없다.
대세읽기에 능한 이들인 만큼 진짜 알맹이가 있어뵈는 보수대연합으로 판이 진행될 경우 대세를 좇을 것이며 공화와의 합당선에 그칠 것으로 판단되면 명분을 내세워 야권통합의 기치를 들 공산이 적지않다.
어쨌든 김총재가 보따리를 풀때까지 민주당도 계속 「소리」가 날 것이며 대세가 가늠될 때까지 치열한 내홍이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김용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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