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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노선 크게 늘린다/6대도시 차량 “거북이 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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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인구로 세계 4대도시중의 하나인 서울의 도시기능이 기껏 자동차 1백만대에 휘청거린다. 부산ㆍ대구ㆍ광주ㆍ인천ㆍ대전 등 전국 대도시 역시 마찬가지다. 생활필수품이 된 자동차때문에 도시기능이 마비되고 오히려 사회ㆍ경제적 손실요인이 되고 있다. 서울 교통문제 악화원인은 서울과 수도권 개발정책이 서울시 교통체계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추진된 때문이다. 게다가 불법주차ㆍ1인승차 출퇴근승용차 등 「나만 편하면 그만」이라는 자동차 문화부재까지 겹쳐 좁은 도로가 더욱 좁아져 도로기능 마비현상을 더욱 부재질하고 있다. 자동차 과밀시대의 부작용 실태와 원인,자동차문화 부재현상,도심교통문제 해결을 위한 각계 시민의견,교통당국의 대책,외국의 사례 등을 중심으로 당면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본다.
◎실태/교통체증으로 연 2조1천억 손실/자가용 급증… 전체 차량 66% 차지
서울의 교통정체로 인한 연간 시간손실액을 돈으로 따져 1조8천2백23억원. 게다가 기름소모로 인한 손실액 3천3백68억원을 합한 총손실액은 2조1천5백91억원에 이른다.
서울시가 최근 한계점을 넘어 절박한 상황에 이른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인한 연간 사회적 비용의 손실액을 추산한 결과다.
막대한 시간ㆍ물량적 손실을 가져오고 있는 서울의 교통난을 가중시키는 주요인은 자동차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있는 반면 도로ㆍ지하철 등 기반시설의 공급이 이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
서울의 자동차는 80년 20만7천대에서 90년1월 1백만대로 10년사이 5배 증가했으나 이에비해 도로율은 80년 15%에서 18%로 단지 3%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같은 교통 수요ㆍ공급의 현격한 차이와 일시방편으로 통해온 교통정책으로 차량의 폭발적 증가는 곧바로 교통난으로 연결돼 갖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 첫째가 차량운행 속도감소. 서울시가 최근 시내 13개도심 간선도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도심의 차량운행 속도는 평균 시속 18.7㎞로 4년전인 86년의 시속 25.1㎞에 비해 시속 6.4㎞가 줄어들었다.
특히 도심 남북간 도로인 돈화문호(돈화문∼지하철4호선),흥인문로(동대문∼광화문),남대문로(남대문∼종각) 등은 평균시속이 10㎞∼13㎞로 성인남자의 빠른 걸음걸이와 거의 다름없는 극심한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같은 추세라면 2년뒤인 92년에는 자동차가 1백50만대 선을 넘어 도심에서는 차량속도가 「운행포기속도」인 시속 12㎞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특히 장기전망으로는 2000년까지 도로의 공급은 한정돼 도로율은 10%정도 증가하는 반면 차량은 3백70만대로 3.7배 늘어나 차량속도는 7.2㎞로 떨어져 차라리 걷는 편이 더 빠를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서울의 교통난을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이같은 자동차의 운행속도저하보다는 교통체증이 대중교통의 수송력을 떨어뜨려 버스ㆍ지하철의 승차난이 가속되고 있는 점이다.
버스의 경우 정체현상으로 시내 주요간선도로에서의 하루평균 운행속도는 시속 18.6㎞로 차량 전체운행속도 32.6㎞에 비해 크게 떨어져있다.
또 버스전용차선이 현재 8개 구간에서 실시되고 있으나 별다른 규제를 하지않아 자가용에 의해 거의 항상 침범당하고 있고 정류장은 불법주차 차량으로 점거되다시피한 실정이다.
이같이 버스의 운행속도가 급격하게 떨어지자 버스를 이용하려는 승객이 지하철로 옮겨가면서 격감하는 추세인데 반해 지하철은 과포화상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하철은 지난해 11월이후 하루평균 3백7만명의 이용객이 몰려 출퇴근때 승차정원의 2백70%를 태우고있는 이는 설계기준 2백40%를 초과하는 것이다.
서울 교통난의 문제점은 그동안 장기대책없이 임시방편으로 도로ㆍ교량을 건설,도로이용률이 극히 낮고 지하철 등 대중교통체계가 크게 모자라는데다 자동차문화 부재 등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자동차수에서 서울은 이웃 일본의 동경(3백만대수준)에 비해 3분의1 수준이지만 차량통행이 가능한 유효도로의 부족으로 도로상의 차량밀도는 1평방㎞당 동경의 3만1천여대와 큰 차이가 없는 2만5천여대나 된다.
서울시립대 원제무교수(도시계획학)는 『도로율은 동경과 별차이 없는데 이처럼 차량밀도가 높은 것은 전체 도로길이의 81%를 차지하는 이면도로가 노상주차ㆍ적치물ㆍ정비불량 등으로 저의 차량통행에 활용되지 못하기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서울의 교통인구의 수송분담률은 버스가 50.6%로 가장 높고,지하철이 16.8%인 반면 동경은 지하철 72.6%로 압도적이고 다음이 승용차(14.9%)로 서울 지하철의 태부족현상은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자동차는 크게 늘고있으나 이에 맞는 자동차문화가 크게 뒤떨어져 있는 점도 교통난 가중의 문제점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승용차의 1인승차 경향이 갈수록 늘어 대당 수용인원이 평균 1.3명에 불과한 개인승용차가 전체 차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0년 30%에서 80년 48%,현재는 66%까지 늘어난 상태다.
국토개발연구원의 음성직수석연구원은 『서울차량은 운행거리도 세계 어느나라보다 많은 연간평균 2만3천㎞로 일본 1만㎞,미국 1만4천㎞에 비해 아주 높은편』이라며 『내차를 내가 이용하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식의 발상은 이제 버려야 할때』라고 강조하고 있다.
◎각계 의원/불법 주차차량 좀더 철저히 단속하자/이젠 혼자 타고 출퇴근하는것 삼가야
○대대적 도로망정비 시급
◇임강원 서울대교수(교통공학)=문명사회에서 자동차의 증가는 거부할수 없는 흐름이며 따라서 대중교통수단 확충과 도로망의 대대적 정비가 급선무다.
무엇보다 면적당 수용능력이 승용차의 28배인 지하철을 3백㎞까지 늘리고(현재 1백㎞) 버스와 연계가 잘 되도록 해야한다.
또 간선도로에 비해 턱없이 좁은 이면도로를 대폭 넓히거나 신설,가로율을 넓히는 큰 수술이 필요하다.
○외곽 순환도로 건설 절실
◇권영각 교통개발연구원 연구조정실장=지하철ㆍ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의 확충과 효율적 운영이 시급하며,거의 출퇴근에만 이용되는 승용차의 도심진입을 막는 방안이 필요하다.
또 큰 예산이 들더라도 외곽순환ㆍ우회 고속화 도로를 많이 건설해야 하고 도로양쪽 1개차선을 거의 메우다시피 하는 불법주ㆍ정차에 대한 엄격한 단속과 함께 시ㆍ국유지의 지하주차장 신설도 필요하다.
○시도공무원에 단속권 줘야
◇황철민씨(49ㆍ공무원)=특히 불법주차가 교통흐름을 막는 큰 원인이다.
좁은 길을 넓게 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통질서 정착이 시급한 과제다.
그러나 경찰의 일손부족으로 단속이 제대로 안되는 것 같다.
따라서 단속능력이 있는 각시ㆍ도공무원들에게도 단속권을 주어 폭넓게 단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으로는 주차시설난 보완책으로 프랑스 등 일부 외국처럼 인도의 턱을 낮춰 차도와 인도에 걸쳐 주차토록 하는 방안도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컴퓨터 신호체계 개발을
◇김재의씨(57ㆍ서울시경교통과장)=시설ㆍ단속ㆍ시민의식 등 각분야에서의 개선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기존 좁은 도로망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선진국처럼 교통상황에 즉응해 신호를 바꿔줄수 있는 발전된 컴퓨터신호체계를 개발하고,병목현상이 극심한 지역의 입체교차로 설치ㆍ가변차선제ㆍ버스전용차선과 함께 주차시설개선ㆍ확대가 병행되어야 한다.
또 불법주차 단속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인력과 장비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
○승용차에 3∼4명 타야
◇도성욱씨(36ㆍ서울 개포동 주공5단지)=아침 7시30분까지 일찍 출근해야 하는 사정때문에 시청앞 직장까지 1시간이상 걸리는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지 못하고 하는 수없이 차를 샀다.
그러나 도심교통문제를 생각해 승용차를 혼자 타고 다니지 않고 단지내의 같은 방향 출근 주민 3∼4명씩을 태워 출근한다. 1인승차 출퇴근 자가운전자들에게 이 방법을 적극 권하고 싶다.
○주차위반 오너들 꼴불견
◇함인수씨(61ㆍ서울 낙원동 파고다주차장관리인)=기본적으로 주차시설이 부족하지만 일부 얌체 자가운전자들은 돈 몇푼 아끼기 위해 주차장이 비어있는데도 교통량이 폭주하는 길가에 버짓이 불법주차를 해 교통의 흐름을 막아 체증현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
자가운전자들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또 교통수요를 급증시키는 도심대형건물로부터 부담료를 거둬 공공주차시설확충(주차빌딩건설 등)에 투자해야 한다.
○교통법규 위반 체증원인
◇하종기경장(41ㆍ서울 남대문경찰서 교통계)=낮은 도로율에 많은 차량이 쏟아지는데다 운전자들의 신호 및 차선위반같은 교통법규위반 등 복합적인 원인이 함께 어우러져 교통정체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본다.
지하철망확충과 출퇴근시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풍토가 이루어지면 교통난이 다소 해소되리라 보고 홀짝수 번호 교대 운행허가 등도 실시해 볼만한 제도다.
○초보자 늘어 정체 부채질
◇고영철씨(38ㆍ서울 성산동 경안운수 택시운전사)=신호등체계가 차량의 증가와 흐름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
자가용이 엄청나게 늘어난데다 초보운전자의 증가로 정체를 더욱 부채질한다.
택시의 경우 기본급보다 변동급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신호위반ㆍ합승ㆍ난폭운전을 할수 밖에 없는 처지다.
세재개선 등을 통한 승용차 폭증현상을 억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로중간에 차세우지말길
◇조정식씨(35ㆍ서울 천왕동 개봉여객버스운전사)=2중ㆍ3중의 노상불법주차로 버스가 정류장에서 승객을 태우지 못하고 도로한복판에 차를 세우는 경우가 많아 도심교통체증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합승을 위해 급정차하는 택시에,이같은 노상불법주차로 길이 막히고 시간에 쫓겨 난폭운전을 하지않을수 없게된다.
불법주차만이라도 막는다면 악성체증현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것으로 본다.
○친구모임 도심은 피하자
◇유혜진씨(27ㆍ주부ㆍ서울 불광동)=쇼핑 또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시내중심가를 나갔다오면 교통체증에 스트레스가 오히려 더 쌓이는 것같다.
때문에 요즘은 웬만한 것은 집근처에서 구입을 하고 친구들도 시내 중심가가 아닌 곳에서 만나는 지혜를 익혔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자동차 문화/“편하고 보자”… 차 있으면 백m도 안걸어
승용차 홀짝수제가 실시됐던 올림픽기간 보름동안의 쾌적한 차량소통을 기억하는 서울 시민들은 운전자들의 질서의식을 높이고 제도를 개선하면 교통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낮은 도로율에 자동차 폭증이 교통체증현상을 불러온 가장 큰 원인이지만 무질서한 자동차문화가 이를 더욱 부채질하는 요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또 89년말 전국자동차등록대수 2백66만대 가운데 1백56만대가 승용차이지만 정작 출퇴근시간에 운전자 혼자만 타고 운행되는 비율이 70%를 웃돌고,점심시간대에 차를 끌고 나오는 자가운전자들로 도심 곳곳이 막히는 데에서도 「편하고 보자」는 심리를 발견하게 된다.
당국이 도심통행을 원활히 하기위해 교차로에 설치한 정지절대금지구역과 대중수송 수단인 버스의 운행속도를 높이기 위해 그어놓은 버스전용차선제도 얌체 운전자들에 의해 무용지물이 된 상태.
경찰은 『출퇴근시간에 워낙 차량이 밀려 이런 얌체 운전자들을 적발했다가는 교통체증을 오히려 부채질할 우려가 있어 눈감아주고 있다』며 『이들일수록 적발하면 단속경찰관에게 더욱 심하게 반발한다』고 말하고 있다.
교통문화부재로 차량소통에 가장 큰 지장을 주는 것은 불법주차.
불법주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시된 경찰의 집중단속에도 불구하고 근절되지 않아 화재 등 비상시의 도로소통까지 방해하고 있다.
13일 오전11시 서울 을지로6가에서 불법주차로 경찰에 적발된 이모씨(32ㆍ상업)는 단속경찰관에게 『도심에 주차공간이 전혀 없지않느냐』고 반발했지만 1백여m 떨어진 동대문운동장옆 60대 수용능력의 유료주차장은 6대만 주차에 텅 비어 있었다.
경찰은 낮시간 서울도심에서 운행되는 차량의 10%인 7천대이상이 불법주차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같은 불법주차가 성행하는 까닭은 도심지에 주차장이 부족한 재래식 건물이 많다는 점도 있지만 「편하고 보자」는 심리에 편승한 운전자들이 짧은 거리라도 걷지 않고 차를 이용하려 하는데도 큰 원인이 있다고 경찰은 분석한다.
교통개발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손수운전자들이 차에서 내려 걷는 거리는 1백m에 불과해 미ㆍ일 선진국의 2백50m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
얌체운전자들의 이같은 심리는 서울지하철 3,4호선 환승전철역에 설치한 연계주차장의 활용도가 60%에 머무르고 있는데서도 나타난다.
즉 『지하철이 빨라 좋지만 너무 혼잡해 시달리기 싫다』는 생각으로 도심까지 차를 몰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외에도 끼어들기ㆍ차선위반은 물론이고,접촉사고때 차량을 오랫동안 방치해 소통을 방해하는 등 질서의식과 자동차 문화의 미성숙으로 교통체증을 부채질하는 상황은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이다.

<특별취재반>
◇사회부=임수홍ㆍ조광희(부산)ㆍ김창욱ㆍ서정갑ㆍ이철호기자
◇외신부=방인철동경특파원
◇사진부=채흥모ㆍ최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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