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부터 아껴쓰는 절제교육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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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요즘 국민학교마다 분실물코너에는 주인을 기다리는 값비싼 도시락통·시계·점퍼·학용품등이 수북히 쌓여있으나 이를 찾아가려는 어린이가 드물다. 물질적으로 풍족해졌다 해서 알뜰한 소비생활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의식형성과 삶의 태도에 대해 실로 우려되는 바 크다.
호텔뷔페식당에서의 생일잔치, 비싼 피자가게에서의 「반장턱」이 보편화되는 추세다. 백화점에서 외국상표의 햄버거나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을 즐거움으로 아는 어린이가 늘고 고가의 전자오락기기·옷등을 예사롭게 산다. 심지어 여행사들은 해외견학 프로그램으로초·중·고생들의 허영심을 부추기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 단체의 어린이 독서성향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용돈으로 읽고 싶은 책을 직접 구입하는 어린이는 15%미만이라고 한다. 분별 없는 소비행태의 소산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는 과소비를 조장하는 매스컴의 광고와 어린이들 사이의 경쟁심·과시욕을 방치하는 부모들의 잘못된 애정표현방식 내지 「절제교육」부재를 꼽을 수 있다. 스스로 노력하지 않아도 원하기만 하면(조르기만 하면) 무엇이든지 손쉽게 가질 수 있
다는 소유위주의 그릇된 물질관에 물들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국교 교육과정중 「실과」과목에서는 우리나라는 자원빈국으로서 일용품생산에 많은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기에 작은 물건이라도 아껴쓰도록 노력하는 일을 가르치고, 헌옷 살려쓰기·폐품의 재활용등 근검·절약 및 건전한 소비생활기풍을 생활실천과제로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어린이들의 실제생활은 아까움을 모르며 무분별·무절제로 치닫고 있는 것이 오늘의 교육현장이다. 이대로 가다간 학교교육과 가정교육간의 괴리로 인해 올바른 삶에 대한 가치관 형성은 불가능할 것처럼 보인다.
국민학교때는 유아기와 더불어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성격·습관 형성기로 이에 대한 절제 교육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건전한 물질관, 절제 있는 소비생활은 분별력 있는 성격과 적응력을 형성하지만 절제를 모르도록 방관한다면 이러한 어린이는 쉽게 좌절하고 끈기를 갖지 못한다.
또 물질적 풍요가 어린이들에게 우월감이나 열등감의 기준이 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모들의 수범적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허영심리·과시욕등을 경계해야 한다.
어린이들의 경제생활은 용돈관리능력을 길러주는 것으로부터 익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소비범위를 좁게해 조금씩 지급하면서 계획하고 선택하는 능력을 길러주고 무턱대고 자율에 맡기기보다 규모 있는 지출을 위해 2∼3주에 한번씩 씀씀이를 파악, 지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어려서 절제교육을 받아온 기성세대들도 오늘날 이처럼 홍청거리는데 이러한 분별 없는 소비행태에 익숙해진 어린이들이 장차 어떠할 것인가를 생각해본다면 우리모두 서둘러 절제있는 경제생활로 건전사회 기풍을 진작해야 하겠다.
임채수 <서울남천국민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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