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CIA의'상자학'… 나무상자 위성사진만 봐도 어떤 무기 숨겼는지 척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레바논 사태가 불거진 직후인 지난달 15일.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중동에 거점을 둔 정보원에게서 "이란이 헤즈볼라를 지원하기 위해 조만간 정밀유도 미사일을 공수할 것"이란 첩보를 전달받았다.

그로부터 나흘 뒤인 19일. 미국의 첨단 첩보위성은 테헤란 인근 메흐라바드 공군기지에서 미사일 발사대 3대와 대형 나무상자 8개가 수송기에 실리는 장면을 포착했다.

CIA의 사진 판독 전문가들이 곧바로 집중 분석에 들어갔다. 그리고 불과 한두 시간 뒤 '나무상자들 안에는 C-802 대함(對艦) 순항미사일이 실려 있다'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미국이 자랑하는 첨단 군사기술인 '상자학(Crateology)'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상자학이란 상자를 뜻하는 'crate'에 학문이란 의미의 접미사인 'logy'를 붙여 만든 신조어. 첩보위성에서 찍은 상자의 크기와 모양만 보고도 그 안에 어떤 무기가 담겨 있는지 족집게처럼 알아내는 첨단 기법을 일컫는다. 사전에 각종 무기 상자와 관련한 방대한 자료를 구비해 놓은 뒤 수퍼 컴퓨터를 동원해 위성사진과 다각도로 비교 분석하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미국이 이번 레바논 사태에서 '상자학'을 본격적으로 활용해 짭짤한 성과를 거뒀다"며 "이란이 시리아를 거쳐 헤즈볼라에 C-802 미사일을 건네려던 계획을 사전에 저지한 게 대표적 사례"라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상자학'을 통해 의문의 나무상자들 안에 C-802 미사일이 실려 있는 것을 파악한 뒤 이라크와 터키 정부에 이 수송기의 영공 통과를 허용하지 말 것을 극비리에 요청했다.

이런 사정을 모른 이란 수송기는 지난달 20일 시리아 다마스커스를 향해 출발했다가 이라크와 터키 양국 모두로부터 영공 진입을 거절당하자 당황한 나머지 테헤란으로 회항해야만 했다.

신문은 "미 정부는 이번 성공을 발판 삼아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한층 강화하는 데에도 이 첨단 기법을 최대한 활용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박신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