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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굴"악명 높던 영 글래스고시, 문화도시로 "탈바꿈"|시의회 경제개혁성공 힘입어 거리의 낡은건물 말끔히 단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몇년전만해도 가난과 폭력·빈민굴로 악명 높았던 스코틀랜드의 최대도시 글래스고가 경제발전과 주민노력으로 새로운 문화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글래스고시는 90년대 개막을 기념, 구랍31일 저녘 휘황찬란한 불꽃놀이와 레이저광선쇼를 서두로 올 한햇동안 대규모 문화예술·스포츠축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축제기간에는 모스크바의 볼쇼이오페라단, 영국의 왕립셰익스피어극단, 세계적인 오페라가수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공연을 비롯해 반 고흐, 피사로, 드가등 유명화가의 작품전이 열릴 예정으로 시당국은 이를 위해 2천5백석 규모의 연극전용극장을 신축하기도 했다.
시당국은 오래 전부터『화랑·극장, 그리고 거리 곳곳에서 우리의 문화·개성·용기를 드높이자』는 내용의 선전포스터를 거리마다 붙이고 있는데 시민들의 반응이 높아 이번 축제는 70만 시민 모두의 축제가 될 것 같다.
그러나 글래스고도 불과 10년 전만해도 시민도덕은 타락하고 경제는 파산돼 구제불능의 도시였다.
글래스고 출신 소설가 알렉산더 마카르더와 킹즐리 롱은 지난 35년 이시를 무대로 소설 『타락하지 않은 도시』를 공동집필,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는데 이 소설에서 글래스고를 『빈민굴 속에 폭력과 종교적 편견이 난무하는 곳』이라고 묘사했었다.
크라이드강을 끼고 한때 조선산업과 중공업이 발달, 번영을 누렸던 글래스고는 조선경기 후퇴로 공장들이 잇따라 문을 닫게되자 경제가 파탄, 실업이 늘고 시민도덕도 땅에 떨어져 한때 「문명사회의 벼랑에 선 곳」이란 혹평을 받았었다.
80년대 초 집권한 노동당 주도의 시의회는 수년동안 막대한 재정을 경제개혁에 투자, 새로운 서비스산업과 제조공업을 일으키고 크라이드은행 소유의 조선소부지에 3백개 이상의 공장을 세웠다.
경제가 회복됨에 따라 실업률이 낮아지고 사무실·호텔등이 앞다퉈 생기는 등 도시 전체에 활기가 되살아났다.
지저분하던 거리가 깨끗이 청소되고 위생적인 주택가가 새로 형성됐으며 먼지가 쌓여 도시 전체를 우중충하게 뒤덮었던 19세기 건물들이 말끔히 단장돼 글래스고를 단아한 문화도시로 변모시켰다.
이에 따라 문화예술사업도 발전해 글래스고엔 17개의 박물관, 25개의 화랑, 9개의 극장이 들어섰으며 시의회는 매년 3천만달러의 예산을 문화산업육성에 투자하고 있다.
시당국은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90년 시재정과 상공인들의 기부금으로 모두 7천5백만달러를 투자, 대축제를 벌이기로 계획했다.
시 관계자들은 이번 축제기간동안 전세계로부터 1천만명이 글래스고를 방문, 경제·문화·사회에 큰 영향을 줄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시민합창단이 조직돼 구랍31일 공연을 가졌고 시민들의 호응이 높아 내년 말까지 합창단원이 1만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시 관계자는 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축제 열기에 대해 일부에서는 비판적 견해를 갖고 있기도 하다. 아직도 글래스고시에 남아있는 가난·실업·폭력·마약문제와 인구 4만4천명이 살고있는 이스터하우스지역의 주택난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민들의 세금부담만 가중시키는 재정낭비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 축제준비위원장 짐 바우는 『세계적인 예술작품을 1년동안 우리 시에서 전시한다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이번이 글래스고의 수치스런 오명을 벗고 자부심에 가득찬 새로운 도시를 만들 좋은 기회』라고 말하고 있다. <오장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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