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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공회귀” 비난일까 신경/민정 당직개편 막전막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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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측근 만류 불구 백담사 의식 정 총무 기용/김윤환 총장설 돌자 정호용측 강력 반발
○청와대 “당내 융화에 중점”
○…청와대는 이번 민정당 당직개편의 성격을 놓고 『당내 융화와 단결에 중점을 두었다』고 좋게 얘기하고 있으나 내용적으로는 백담사측과 정호용측에 너무 비중이 간 점을 놓고 혹시 「5공회귀」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까 신경.
청와대가 특히 신경을 쓰는 부분은 정동성원내총무로 정총무가 5공 5인방의 하나인 데다 최근 정호용의원 사퇴 반대운동에 앞장섰던 인물이어서 『결국 대통령이 백담사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는 비판이 나올까 하는 점.
이런 비판을 의식해 당직발표 직후 정총무 발탁 배경에 대해 한 관계자는 『정의원이 원내 활동에서 보인 돌파력을 높이산 것 아니냐』면서도 백담사 얘기가 나올까 조바심.
총장의 경우 노대통령은 막판까지 12ㆍ15 대타협의 막후 공로자이면서 본인도 희망했던 김윤환 전총무를 고려하고 있었으나 이러한 의중이 새나가면서 정호용의원측이 강하게 반발하여 결국 중립적인 인사를 고르다 박준병 전총장을 임명.
김윤환 전총무가 총장을 희망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같은 TK 내부의 정호용씨측에서 『정의원을 결국 내쫓은 장본인이 누구인데 시체를 밟고 혼자 출세하려는 것이냐』고 조직적인 반대 여론을 일으켜 결국 「김총장 안」은 철회.
청와대의 측근들이나 6공 주체들은 발표 전날인 5일까지 정총무 내정을 재고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노대통령이 끝까지 결심을 바꾸지 않았다는 후문.
결국 백담사측의 불만은 정총무 임명으로,정의원측 불만은 김윤환 전총무를 기용치 않은 것으로 해결.
○내분 TK 진용에 경고용
○…이번 민정당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소위 TK(대구­경북) 출신의 완전 배제.
박태준대표는 경남,박준병총장은 충청,정동성총무는 경기 출신.
한 당직자는 『TK와 비TK간의 갈등이 계속돼온 데다 TK 내부에서조차 쪼개져 어느 한쪽을 기용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세다툼을 해온 TK 진영에 대해 경고하는 한편 비TK세력의 충성도를 높이려 한 것이라고 해석.
한때 대표위원설이 나돌았고 마지막까지 사무총장 후보로 강력히 거론된 김윤환 전총무도 이 원칙에 따라 탈락했는데 김 전총무의 경우 박준규 전대표의 발언파문과도 관련이 있다는 후문.
김 전총무의 한 측근은 『사실 박 전대표와 김 전총무의 정계개편 구상은 서로 차이가 있다』며 『박 전대표는 조급하게 통합하자는 것인 반면 김 전총무는 시간을 두고 정치적 연합부터 하자는 것』이라고 해명.
그러나 청와대의 한 소식통은 『박 전대표가 결과적으로 김 전총무에 상처를 줬다』며 『김 전총무를 기용할 경우 민정당 간판을 내리는 박 전대표식의 정계개편을 추진한다는 오해를 살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
○일부선 “소극적 진용” 분석
○…이번 인사의 또 다른 특징으로 꼽는 것은 5공세력의 복귀.
박대표는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전두환 전대통령과 사돈간.
또 박총장은 최근 별로 문제되지는 않았으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파견됐던 20사단의 당시 사단장이며 정총무는 전씨의 국회증언 때 떠날 때까지 밀착경호를 자임한 인물.
민정당의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백담사의 부활」이라고까지 표현했는데 12ㆍ15대타협과 전씨증언에 의한 5공청산 종결 후 이제 다시 화해를 시도하려는 제스처라는 인상.
한 당직자도 『사실 민정당내에는 전 전대통령파와 노대통령파가 있는 것 아니냐』며 『당내 결속을 위해선 이 양대 계보간의 화해가 가장 큰 과제』라고 설명.
그러나 민정당의 한 중진의원은 『이런 진용으로 아직 정리해야 할 게 많이 남은 대야관계가 원만할지 모르겠다』고 우려하고 「소극적ㆍ방어적 진용」이라고 분석.
한편 나웅배의원 기용설이 나돈 정책위의장은 나의원이 박총장과 같은 충청 출신이어서 지역안배도 고려,이승윤의장(인천)을 유임시켰다는 후문.
○2일 가서 대표 통보받아
○…신임 박대표가 민정당 대표위원직과 포철회장직을 겸임키로 한 것은 5일 오후 노대통령과의 단독요담 때 결정됐다는 후문.
박태준의원이 대표위원을 맡아달라는 대통령의 전갈을 공식으로 받은 것은 외유중이던 2일인데 홍성철비서실장등과의 수차례 통화를 나눈 다음 수락키로 결심을 굳혔으나 최종답변은 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이 날의 1시간20여분에 걸친 요담에서 대표위원직을 맡기로 하는 한편 포철3기공사 마무리,4기공사 추진 등을 위해서는 자신의 얼굴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겸직을 요청,허락을 받았다는 후문.
○대대적인 당내인사 예고
○…박준병 신임 민정당사무총장은 6일 아침 8시40분쯤 청와대측으로부터 『오전 9시50분까지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은 데 이어 외부의 잇따른 축하전화를 받고 밝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당내 화합 분위기 조성등 할일이 태산같아 걱정이다』고 첫마디.
박총장은 특히 5공청산과 박준규 전대표의 정계개편 발언파문의 와중에 표면화된 당 내분을 의식,『취임사의 초안에 당내외 화합을 주로 강조했으며 제목도 「마음의 벽을 허물자」로 정했다』고 소개.
총장직에 재기용되는 사실을 언제 알았느냐는 질문에 박총장은 『정초에 청와대에서 상의해온 적이 있다』고만 대답.
한편 민정당의 다른 간부ㆍ하위당직의 개편시기에 대해 박총장은 『대표위원과 상의해야 하고,정부 개각이라는 변수도 있지만 내주중에는 이루어지지 않겠느냐』며 『현 당직자들이 대부분 내가 총장으로 있던 재작년의 자리 그대로더라』고 말해 내주중 대대적인 당내 인사가 단행될 것임을 암시.
정계개편 논의에 대해 박총장은 『지금은 말할 시기가 아니다. 두고보자』고만.<문창극ㆍ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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