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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은륜 전용도로' 89km '자전거 천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5일 오후 7시쯤 송파구 석촌호수길. 해질 무렵이 되자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가벼운 차림을 한 구민들은 석촌호수 가로수 밑으로 미끄러지듯 자전거를 몰고 갔다. 가족단위로 페달을 밟는 구민들도 쉽게 눈에 띄었다.

송파구는 '자전거 천국'이다. 도로든 골목이든 은륜의 물결이다. 우리나라 '자전거 1번지'라고 불릴만하다.

자전거는 환경친화 교통수단이다. 무공해에다 넓은 도로와 주차공간도 필요하지 않다. 어디든 쉽게 갈 수 있다. 송파구는 폭 3.5m이상 모든 길에 자전거도로를 조성해 구민들의 자전거 이용을 권장하고 있다.

◆자전거 도로 89㎞
= 현재 송파구에 조성된 자전거 도로는 모두 89㎞에 이른다. 서울지역 최고 수준이다. 송파 외곽순환로, 탄천교~강남구 남부순환로, 올림픽로.잠실길.석촌호수길.송파대로 등 주요 간선로, 공동주택 외곽도로 등 구석구석 연결돼 있다. 구 전체를 둘러싼 자전거 외곽도로가 조성돼 자전거를 타고 올림픽공원.풍납토성.석촌호수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자전거연합회.송파녹색자전거 봉사단은 지난해 자전거 이용 활성화 실천대회, 사랑의 자전거 페달 밟기, 자전거 사랑 한마음 축제를 열어 자전거 이용 붐을 일으키고 있다.

지하철역.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 189곳에 자전거 1만400여 대를 주차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다.

구청은 풍납중 등 16개 초.중.고를 자전거 이용 모범학교로 선정해 자전거 보관대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송파구는 최근 행자부 주관으로 실시한 '자전거이용 활성화사업' 평가에서 전국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송파구청은 기계식 공기주입기, 자전거 이용자 인센티브제, 자전거도로 안내지도 등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무료 자전거 대여소 4곳 운영
= 잠실역, 풍납동 영어마을 인근, 문정동 훼밀리아파트 옆, 오금동 삼성아파트 앞에 무료 자전거대여소가 설치돼 있다. 대여소마다 100~120여 대를 구비, 신분증만 제시하면 누구나 빌릴 수 있다. 구청 관계자는 "지난 한햇동안 5만2000여 명이 무료 대여소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무료수리센터(잠실역 1번 출구)도 운영중이다. 부품이 들어가는 수리는 실비를 받고 나머지는 무료다. 이동수리센터는 연 2회 각 동을 돌면서 무료로 고쳐준다. 한해 평균 6300여 대의 자전거를 고쳐주고 있다.

◆자전거 도로 '거미줄' 연결
= 구청은 2007년까지 17㎞를 추가해 모두 106㎞의 자전거 도로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 도로가 완성되면 '그린로드(녹색길)'로 불리게 된다.

구청 최문현 자전거문화팀장은 "자전거 이용률을 2008년까지 유럽 선진국 수준인 25%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용률은 14% 수준. 서울시 전체는 2.4%에 불과하다.

최 팀장은"환경친화적 도시기반을 구축해 서울시로부터 자전거이용 활성화 특별구로 지정받았다"며 "다른 지자체들이 우리 구를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 자전거 연합회 국장 인터뷰

"이면도로 분기점이나 주요 시설의 진출입로에서 자전거도로로 이어지는 자전거 건널목이 절대적으로 모자랍니다."

송파구 생활체육자전거연합회 이미수(46.여) 사무국장은 송파구 자전거 도로의 미비점을 이렇게 지적했다.

이 국장은 인도와 자전거 도로가 붙어 있어 자전거 초보자들의 주행 중 접촉사고가 잦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이런 점이 빨리 개선돼야 송파구가 명실공히 우리나라 최고의 자전거 도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전거 교육을 받았다고 해도 서투르고 미숙한 점이 많아요. 타기가 익숙해 질때까지 안전하게 연습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주면 좋겠습니다."

연합회는 1987년 6월 발족했다. 당시 35명에 불과했던 회원은 지금 160명으로 늘어났다. 보통 낮에 모임을 갖기에 주부 회원이 70% 이상이다.

"관공서나 장보러 갈 때 자전거를 자주 탑니다. 60세 이상 어르신들도 건강에 좋다며 매주 모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회원들은 주 3회 (월.수.금) 정기적으로 자전거를 탄다. 평균 20~25명이 모여 오전 10시부터 3시간 정도 달린다. 연합회는 송파구는 물론 다른 시.도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연합회는 '송파구 자전거 도로 지킴이 봉사단'도 운영하고 있다. 회원 중 30명이 봉사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10명씩 3개 조로 나눠 월 3회 주행을 하면서 자전거 도로의 문제점을 꼼꼼히 살핀다.

"파손 도로가 보이면 사진을 찍어 구청에 보수를 건의합니다. 길가에 고장난 자전거가 있을 경우 바로 수리하거나 견인 조치해 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합니다."

회원들은 다음달 24일 '서울시자전거협회장기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무더운 날씨에 비지땀을 흘리며 연습중이다. 지난해 우승한 대회라 신경을 쓰고 있다. 오는 10월 25일엔 연합회가 주관해 '송파구청장배 자전거대회'를 연다.

"좋은 성적을 기대해도 좋다"는 이 국장은 "구청에서 연합회 지원비를 늘려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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