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박태환이 보여준 한국 수영의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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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어두운 뉴스들에 우울해 하던 국민에게 신선한 낭보가 날아들었다. 박태환 선수가 어제 끝난 범태평양 수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두 개와 은메달 한 개를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18일 한국 수영 사상 처음으로 정규코스(50m) 세계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낸 데 이어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아신기록도 두 차례 경신했다.

이번 대회가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는 아니지만, 미국.호주.일본.중국 등 수영 강국의 세계정상급 선수가 대거 참가했다. 이런 큰 무대에서 박 선수는 세계랭킹 1위와 3위 선수를 물리치고 우승, 이제 '한국 수영의 희망'을 넘어 세계정상급 선수로 우뚝 섰다.

박 선수는 이제 나이 17세의 고교생이다. 현재 체격 조건도 좋지만 계속 자라고 있어 기록 향상이 기대된다. 특히 그는 수영선수에게 필수적인 좌우 체력의 밸런스가 완벽하고 부드러운 영법(泳法)으로 체력 소모도 적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전망을 더욱 밝게 해 주고 있다.

박 선수의 선전이 더욱 반가운 것은 그가 한국 스포츠의 '불모지'를 하나 더 정복했다는 점이다. 야구 메이저리그나 프로골프.펜싱.피겨스케이트, 그리고 이제 수영 등 세계와의 격차를 절감했던 분야들을 우리 젊은이들은 하나씩 정복해 나가고 있다. 체격이 좋아진 데다 하면 된다는 자신감과 피나는 연습의 결과다. 물론 보다 체계적인 지원과 지도도 필요하다.

마침 박 선수 동문회에서 그를 돕기 위해 모금활동을 벌인다니 반갑다. 그가 더욱 성장해 수영 올림픽 메달의 꿈을 이뤄 주길, 나아가 그런 꿈을 육상에서도 이룰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