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가 끝날 무렵, 학생들과 학교 뒷산으로 올라갔다. 조선소가 있는 학교여서 뒷산에선 바다가 보였다.
"선생님, 성과급이 뭐예요." 한 학생이 물어왔다.
"선생님들의 근로에 대한 대가인 동시에 생활 보장을 위해 국가가 주는 보수란다. 너희 아빠들도 회사에서 성과급 받지 않든."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왜 반납한대요."
"뭔가 불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많이 못 받는 선생님들이 갖는 불만?"
"겨우 20% 차등 지급인데?"
한 아이가 생각 끝에 "성과급이 교사평가와 관련이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그러자 아이들 사이에서 여러 말이 나왔다.
"우리는 1년에 네 번이나 평가받는데, 선생님들은 왜 평가받는 것을 거부할까?"
"선생님들도 평가받아야 해. 아무개 선생님 같으면 너는 좋겠니?"
그러면서 아이들은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선생님 흉보는 것 같아서였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도 평가받는 것은 싫다. 그러나 선생님의 가르침에 대한 평가는 학부모나 학생 입장에선 정당한 것이라고 믿는다. 너희 아빠들도 보다 많은 보수를 받기 위해 저렇게 최고의 배를 만들고 있지 않니?"
"맞아. 선생님들도 최고의 학생들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어.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게으른 선생님이나 실력 없는 선생님들이 평가를 거부하고 성과급 반납 투쟁을 외친다면, 웃기는 일이네."
아이들은 이미 상황을 이해하고 나름대로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공무원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공익을 추구하는 조직이란다. 사사로운 개인 이익에 집착해선 안 되는 법이지. 선생님들도 공무원이란다."
나는 걱정스러웠다. 저 아이들이 이런 일로 인해 40만 전체 선생님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다면, 오늘의 대화가 결코 유익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나는 이 사실만큼은 학생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건 교원평가 문제도 있지만, 투쟁을 통해 전교조의 존재감을 높여 교육부에 대한 협상력을 강화하거나 느슨해진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려는 의도라는 점을. 어느새 돌아오는 길, 바다 건너편에는 노을이 지고 있었다.
정재학 영암 삼호서중 교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