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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개발 특수「경제 신대륙」이 꿈틀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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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베를린 장벽 와해로 상징되는 냉전체제의 종식과 동구권의 개혁물결은 세계경제에 신대륙이 발견된 것과 비견될 만큼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소련과 동구가 세계무역 구조내에 편입, 4억의 인구가 있는 새로운 시장이 나타난 셈이 됐다. 이것은 소련1개국만의 경제 규모가 22천5백억 달러에 이른다는 사실로 미루어 보더라도 서방의 경제력과 동유럽의 노동력·시장 등의 결합으로 세계 경제가 큰 활력을 맞을 것을 예견케 해준다.
그러나 동유럽과 서유럽의 결합은 한국 등 신흥 개발국·남부 유럽국·북 아프리카·터키·베트남 등에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다.
냉전구조의 이완은 서유럽 기술과 자본이 동유럽의 질 좋고 값싼 노동력, 방대한 시장에 손쉽게 흘러갈 수 있게 함으로써 한국 등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
또한 COMECON(동유럽 경제상호 원조회의) 국가들간에 이루어지고 있는 국제분업과 호혜평등의 원칙이 깨어지면서 베트남 등 후진 사회주의권 국가들은 소련 등 선진사회 주의권 국가들로부터 국제가격보다 값싸게 구입해오던 물품 등의 획득에 어려움을 겪게될 것이다.
소련문제 전문가들은 COMECON국가간의 거래가 국제시장가격에 기초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장관의. 최근 발언이 베트남·루마니아 등에 오일파동 이상의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각국 경제학자들의 의견을 종합, 동유럽의 변화와 서유럽의 대응 등을 분석해 90년대의 세계 경제질서를 다음과 같이 예견했다.
▲EC(유럽공동체)내에서 이미 가장 강력한 경제부국인 서독은 동독과 유대를 강화함에 따라 역내 총생산이 현재의 4분의1보다 더욱 커질 것이다.
▲증대된 서독의 경제력은세계무대에서 EC의 역량을 증대시켜 미국, 일본이 이끄는 동아시아, EC 등 3개 경제블록에 의해 주도되는 세계무역질서를 더욱 공고히 하게될 것이다.
▲동유럽이나 중남미·아프리카의 후진국들처럼 이들 3대 경제블록에 가담하지 못한 국가들의 경제는 보호구역과 경제 마찰로 더욱 침체될 위험이 있다.
▲동유럽국들의 IMF(국제통화기금)·IBRD(세계개발은행)·GATT(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체제에 대한 가입은 서방 금융체제에 자국의 금융제도를 적응시키는 압력으로 작용, 90년대의 10년 동안 평가절하 등 화폐개혁에 노력하는 기간이 될 것이다.
이러한 외국기관들의 분석과 함께 대한 무역 진흥공사·한국 무역협회 등도 최근 국제무역 환경의 변화에 연관한 정책보고서와 전망 등을 통해 비슷한 전망을 하고 있으며 동구권국가들의 경제 및 정치개혁 추이의 면밀한 분석과 적절한 투자 대상국 선정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EC-코메콘칸 관계개선과 그 여파=EC와 코메콘간의 관계개선은 70년대 초 서방국가들이 동구국가들의 성장 잠재력 인정 및 긴장 완화책의 일환으로 차관공여를 확대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양측의 관계는 꾸준히 증대되어 지난 86, 87년의 교역규모는 각각 미 달러화 기준으로 1백98억 달러, 2백21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EC역내 국가와 코메콘 개별국가와의 교역규모나 액수는 각각의 회원국들끼리의 교역액 및 품목과 비교해 미비한 수준이었다.
더군다나 국제원유가 하락, 경제 성장의 둔화, 누증된 외채 등은 코메콘 국가로 하여금 수입규제 강화, 수출 증대책의 실시 등을 강요해 EC 코메콘간 경제교류는 완만한 성장세를 보여올 뿐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동구개혁, 특히 동독사태는 EC와 코메콘간의 관계에 전면적인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당장 EC 12개국 정상들이 1백억 달러 규모의 동구개발 은행의 창설을 결의했으며 동독·유고·헝가리 등은 EC회원국으로 가입을 희망하고 있고 지난 18일엔 소련이 EC와 경제협력협정을 체결했다.
여기에 EC는 동구국가들의 개혁을 이끌 경영인 양성을 위한 유럽재단과 EC내 각종 교육프로그램의 대동구 개방을 결의하는 등 양측의 접근은 급속히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내년 4월 재조정될 COCOM(대 공산권 수출통제위)의 통제품목 리스트와 결부해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즉 EC는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동구국가에 대한 물량규제의 철폐 ▲일반 특혜관세 제도 (GSP) 적용 확대 ▲지리적 인접성과 문화적 유사성 및 숙련노동력 확보의 용이성에 따른 투자확대를 실시할 것이 확실시된다.
무역협회의 박종천 해외 조사과장은『92년 EC통합으로 EC역외 국가에 대한 보호주의 경향이 두드러지고 동구국들에 대한 정치적 고려가 예상됨으로써 한국기업과 동구국가들간의 EC시장 내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KOTRA(무역 진흥공사)의 홍지선 특수 지역 부장은『최근 동구개혁조치의 영향으로 서독을 비롯한 EC회원국들의 대 개발 도상국 교역 및 경제지원이 동구권으로 방향 전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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