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경제 특구 말레이시아서 수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말레이시아가 중국식으로 특구를 활용한 집중 경제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웃 싱가포르와 인접한 도시를 아시아 최고 경제특구로 만들겠다는 게 골자다. 중국이 26년 전 홍콩과 인접한 선전(深?)을 특구로 지정해 집중적인 경제개발에 성공한 모델을 따르겠다는 것이다.

특구 지정으로 지난해 5%대에 불과했던 경제성장률을 향후 7%대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지속적인 고도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게 말레이시아 정부를 이끄는 압둘라 아마드 바다위 총리의 의지다. 압둘라 총리는 최근 "남부 지역을 개발해 말레이시아는 물론 동남아 최고 경제 중심지로 만들 것이며 이는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성공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홍콩에서 발행하는 시사주간지 아주주간(亞洲週刊) 최신호(8월 27일자)는 말레이시아 정부는 올해부터 본격 시작하는 제9차 경제개발계획 5개년 계획에 싱가포르와 인접한 주요 도시를 경제특구로 만들기로 최근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말레이 반도 남부 조호르주의 파시르구당.쿨라이.탄중펠레파스 3개 도시를 삼각형으로 잇는 지역 내부의 10여 개 주요 도시를 경제특구로 지정, 올해부터 해외자본을 유치하고 지역별 특성에 맞는 산업을 육성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말레이시아 정부는 특구 지정 대상인 2200㎢에 대해 토지거래를 금지했다. 싱가포르의 세 배에 이르는 면적이다. 여기에 해외자본 유치를 위한 인프라 등의 건설을 위해 향후 10년간 40억 달러를 투입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올 하반기에는 국회비준을 거쳐 해외자본 유치와 특구 개발을 추진할 '특구발전국'을 신설키로 했다. 특구발전국은 특구 내 투자와 관련된 모든 행정절차를 한 곳에서 해결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특구 내 해외기업들의 세금과 토지사용 문제 등은 중국 선전 초창기 모델을 그대로 따를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토지를 무상 임대하고 상당 기간 면세 혜택을 제공해 해외 기업들을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여건과 앞으로의 가능성을 고려해 특구별로 중점 육성할 산업을 구체적으로 확정했다. 탄중펠레파스를 중심으로 한 서부 지역에는 스포츠와 레저.의료.교육 관련 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또 쿨라이 주변의 북부 지역에는 첨단 제조업과 물류산업을 유치하고, 파시르구당 주변에는 쇼핑과 국제회의.수상레저 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이 같은 특구 개발이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와 관련, 아주주간은 ▶말레이시아인들의 반(反)화교.반싱가포르 정서가 여전히 강하고 ▶주위 시장이 크지 않으며 ▶이미 중국과 인도로 몰려간 해외자본이 말레이시아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크지 않은 점 등이 특구 개발의 장애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