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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연봉자 170명 大서베이 ③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젊을수록 전직 두려워하지 않아

월간중앙 이번 서베이에서 억대 연봉자들은 과반수(54.7%)가 스스로 “실적과 능력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가장 젊은 1970년대 생의 경우 3분의 2선(66.7%)이 그렇다고 답했다. 실적과 능력에 대해 제대로 보상받고 있다는 사람은 또 억대 연봉에 이르기까지 걸린 기간이 짧을수록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10년 이하 60.6%, 11~20년 56.7%, 20년 초과 39.4%). 종사 분야별로 보면 이런 사람은 전문직 종사자(기업 종사자 52.9%, 전문직 종사자 60.0%) 가운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반수 미만이 스스로 해당한다고 답한 것은 이런 것들이다.

1. 전직을 두려워하지 않는 편이다(45.9%)
2. 영어를 잘하는 편이다(44.1%)
3. 희생적인 편이다(43.5%)
4. 모험적인 편이다(39.4%)
5. 원하는 것을 꼭 손에 넣는 편이다(35.3%)
6. 돈 관리를 잘하는 편이다(28.2%)

전직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는 나이와 뚜렷한 관계가 있었다. 젊을수록 전직을 두려워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1970년대 생 59.3%, 1960년대 생 50.9%, 1950년대 생 41.5%, 1940년대 이전 생 30.0%).

스스로 “영어를 잘한다”고 답한 사람은 44.1%였다. 영어 실력이 고소득을 올리는 데 필수 조건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고소득을 올리고 있지만 스스로 “돈 관리를 잘한다”는 사람은 28.2%에 불과했다. 돈을 버는 것과 돈을 모으는 것은 서로 차원이 다르다고 할까? 고액 소득자라고 해서 재테크의 고수이거나 절약의 귀재는 아니라는 얘기다. 돈 관리는 젊을수록 잘한다는 응답을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1970년대 생 40.7%, 1960년대 생 31.6%, 1950년대 생 23.1%, 1940년대 이전 생 20.0%).

1970년대 생은 무려 70.4%가 원하는 것은 꼭 손에 넣는 편이라고 답했다. 1940년대 이전 생은 과반수(55.0%)가 스스로 희생적인 편이라고 답했다.

우리 사회에서 현실적으로 억대 연봉을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우리는 능력·성실성·업무실적·업무지식·연줄(지연/학연)·학벌 등 여섯 가지를 제시하고 이 중 고소득을 올리는 데 유용한 것을 모두 골라 달라고 주문했다. 응답자의 4분의 3 이상이 지목한 것은 능력(85.9%)·성실성(78.2%)·업무실적(75.3%) 등 세 가지였다. 성실하게 일하고 능력을 발휘해 업무실적을 올리는 것이야말로 고소득을 올리는 첩경이라는 결론이다.

업무지식은 응답자의 과반수(57.1%)가 골랐다. 학벌과 지연·학연 등 연줄은 각각 15.9%와 15.3%만이 고소득을 올리는 데 유용하다고 답했다. 학벌과 연줄은 고소득을 올리는 데 이렇다 할 기여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는 데는 학벌과 연줄이 중요하다는 사회 통념과 거리가 있는 조사 결과다. 소득이라는 관점에서만 본다면 우리 사회가 능력과 실적 본위로 가고 있다는 해석도 해 볼 수 있다.

고소득의 조건은 능력·성실성·실적

이런 태도는 그러나 하부 집단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우선 소득별로 보면 소득이 높을수록 업무지식을 중시한 반면 업무실적·학벌·연줄 등은 반대로 소득이 낮을수록 유용하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과 가장 뚜렷한 관계를 보인 것은 연줄에 대한 태도였다(연줄은 고소득을 올리는 데 유용하다: 1억~1억5,000만 원 20.0%, 1억5,000~3억 원 14.9%, 3억 원 이상 6.3%).

연령별로 보면 연줄(1970년대 생 25.9%, 1960년대 생 15.8%, 1950년대 생 13.8%, 1940년대 이전 생 5.0%)과 학벌(1970년대 생 29.6%, 1960년대 생 12.3%, 1950년대 생 13.8%, 1940년대 이전 생 10.0%)은 대체로 젊을수록 유용하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세대에게 연줄과 학벌이 더 어필하는 셈이다.

1957년 이전 생인 비평준화 세대는 업무지식(비평준화 세대 62.7%, 평준화 세대 53.2%)을, 1958년 이후 생인 평준화 세대는 학벌(비평준화 세대 10.7%, 평준화 세대 19.1%)과 연줄(비평준화 세대 8.0%, 평준화 세대 21.3%)을 각각 고소득을 올리는 데 유용한 요소로 뚜렷하게 많이 지적했다. 40대 이하인 평준화 세대가 50대 이후인 비평준화 세대보다 지연·학연 등 연줄을 더 유용한 요소로 보는 것이 눈길을 끈다.

학력별로 보면 학력이 낮을수록 연줄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졸 20.0%, 대졸 16.9%, 석사 16.0%, 박사 9.7%. 고졸자는 5명). 석·박사 학위 소지자들은 업무지식을 상대적으로 많이 강조했다. 또 억대 연봉에 이르기까지 걸린 기간이 짧을수록 연줄이 유용한 요소라고 보는 경향이 있었으며, 이직 횟수가 많을수록 능력과 학벌을 중시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명문고 출신은 성실성이, 비명문고 출신은 학벌(명문고 10.0%, 비명문고 19.6%)과 연줄(명문고 4.0%, 비명문고 19.6%)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이런 인식의 차이는 학벌이 흔히 학연(연줄)으로 발전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과 관계가 있는 듯하다. 학벌·학연에 따르는 혜택에서 소외된 비명문고 출신은 남들이 올리는 고소득이 학벌·연줄 덕이라고 보는 반면 명문고 출신은 성실하고 업무실적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보는 셈이다. 한편 명문대 출신은 비명문대 출신에 비해 업무실적과 업무지식을 뚜렷하게 많이 강조했다.

대학 전공별는 이공계 출신이 능력을 상대적으로 중시했다. 종사 분야별로 보면 기업 종사자는 업무 실적을, 전문직 종사자는 업무지식(기업 종사자 51.9%, 전문직 종사자 66.7%)·학벌(기업 종사자 9.6%, 전문직 종사자 26.7%)·연줄(기업 종사자 12.5%, 전문직 종사자 21.7%) 등을 뚜렷하게 많이 지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의 목적 중 하나는 학벌과 고소득의 관계를 탐색해 보는 것이었다. 명문대와 명문고를 나오면 고소득을 보장받는가?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려면 더 정교하고 체계적인 접근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억대 연봉자 중 명문고·명문대 출신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이들은 명문고·명문대를 나오는 것이 고소득을 올리는 데 중요한 조건이라고 보는지 알아보는 데 그쳤다. (계속)

이필재 월간중앙 편집위원

[기사전문 보기][월간중앙] 억대 연봉자 170명 大서베이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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