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격' 판정 영상자료원장 후보들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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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15일 한국영상자료원장 공모 과정에서 추천위원회가 세 명의 최종 후보에게 높은 점수를 매겼는데도 청와대가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는 의혹(본지 8월 15일자 1면)과 관련해 "세 명의 후보가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사실이나 이후 인사 검증에서 몇 가지 문제가 발견돼 재공모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영상자료원장 추천위가 압축한 세 명 후보의 인사 검증 과정에서 공공기관의 장으로 재직하기 힘든 도덕적 결격 사유가 발견됐다"며 "이에 따라 청와대 검증 결과를 바탕으로 문화부가 재공모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인사들의 결격 사유와 관련해 이 관계자는 "세 명 중 한 후보는 뇌물수수 전력이 있었으며, 다른 후보는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어 인사 조치를 당한 분이고, 또 다른 후보는 여직원들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해 공개 사과까지 하는 등의 문제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는 "당사자들의 명예와 사생활 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 사실을 밝히지 않았을 뿐"이라며 "청와대가 미리 추천한 후보가 탈락하자 그 보복으로 재공모를 결정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유진룡 전 문광부 차관에게 영상자료원장에 임명토록 청탁한 인사는 연기자 출신의 L씨(50)"라는 게 한나라당 '유 전 차관 파문 진상조사단'의 주장이다. L씨는 명계남 전 노사모 회장, 이창동 전 문광부 장관 등과 함께 2001년 말부터 '노무현을 지지하는 문화예술인 모임(노문모)' 회원으로 활동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L씨에 대한 '인사 청탁' 의혹에 대해서도 "국립극장 기획위원을 역임한 문화계 인사로 통상적인 인사협의 차원에서 청와대 한 행정관이 문화부와 협의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추천위의 심사에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최종 후보 세 명에도 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영상자료원장 공모에서 세 명의 최종 후보에 올랐던 이대현 한국일보 편집위원은 이날 "청와대에서 거론한 사안은 이미 청와대 인사 검증 담당자가 '문제가 되지 않으니 검증 항목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분명히 얘기했던 것"이라며 "이제 와서 문제 삼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가 직장에서 문제가 있어 인사 조치를 당했다고 지목한 인물이다. 이에 대해 한국일보 편집국 관계자는 "징계나 인사 조치를 당한 것은 전혀 아니다"며 "일부 부원과 불화가 있어 통상적인 인사 발령을 통해 자리를 옮긴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은 "이번에 거론된 문제에 대해선 청와대에서 여기저기서 확인해 본 뒤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면서 "청와대가 뒤늦게 궁색한 변명을 하다 보니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를 들고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뇌물수수가 결격사유였다고 지목된 다른 인사는 "청와대가 굳이 결격사유라고 찾아낸 것이 그것이겠지만 사실과 다른 억울한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1990년 사무관 시절에 소신껏 민원 업무를 처리하다 민원인들 사이에 다툼이 생기면서 모함을 받았다"며 "당시 재판 과정에서 해명이 이뤄져 선고유예 후 대통령 사면까지 받아 다 끝난 얘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복직 후 아무 문제없이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서기관.부이사관으로 승진도 했고, 2004년에는 대통령이 주는 홍조근정훈장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들과 함께 최종 후보에 올랐던 다른 인사는 자택전화나 휴대전화 모두 받지 않았다.

박승희.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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