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녹색당」생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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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내일 발기인 대회…3월 창당>
단순압력단체에서 적극적인 입법활동으로 방향을 바꾼 환경보호론자들의 녹색당이 우리 나라에서도 만들어진다.
8일 서울도봉산입구 도봉공원에서 창당발기인대회를 가진 뒤 내년3월 미국녹색당과 비슷한 시기에 창당예정인 대한녹색당(준비위원장 송정창 대한조류협회장) 은 ▲환경보존과 반전·반핵 ▲여권신장 ▲전인교육정착과 인간성회복 등 6개항의 기본 강령하에 『자연의 풍요로운 환경속에서 인간답게 사는 사회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30여 명의 창당발기인은 경희대 원병오 박사 등 교수와 작가·화가·대학생 등 다양한 인물들로 구성됐지만 『유명인사보다는 환경오염을 걱정하고 삶을 좀더 건강하게 살려는 평범한 사람들이 중심』이라는 것이 준비위원장 송씨의 말이다.
세계각국에서 앞다투어 창당되고 있는 녹색당은 80년1월 서독의 한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페트라켈리씨(50·여) 가 『오염으로 죽어가는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녹색의 대안을 제시하자』고 주장하며 처음 만든 것이 시발점.
곧이어 이탈리아·영국 등 유럽16개국에서 당이 만들어졌고 지금은 많은 수의 국회의석을 차지해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고교교사 재직 중 전력 때문에 유신직후 강제해직된 뒤 79년부터 야생조류보호사업을 해온 송씨가 녹색당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87년 자연보호협회장 자격으로 서독과 노르웨이 등 유럽10개국을 돌며 녹색당의 활동사업을 보면서부터.
『녹색당소속 의원들은 넥타이를 매지 않고 검소한 차림으로 다닙니다. 국회에서 받는 봉급의 대부분은 환경운동을 위해 헌납하는 등 권력이나 부를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녹색당지지자들의 봉사정신과 의원들의 헌신성에 감명 받은 송씨는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호수 8천군데 중 3천군데는 영국과 독일에서 편서풍을 타고 넘어온 구름이 산성비를 쏟아내 미꾸라지 한마리 살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환경오염은 국경이 없으며 그에 대한 대처도 좀더 적극적이고 범세계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절감했다는 것이다.
송씨는 창당준비작업 사실이 알려지자 1백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3천7백여만 원의 성금을 모아주는 등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느끼는 시민들의 호응으로 내년 3월까지 2만명 이상의 당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돈 많다고 운동이 잘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구의 오염은 흥청망청 쓰다가 생긴겁니다. 서독 녹색당은 유급사원이 3명밖에 없을 만큼 봉사가 우선입니다.』
송씨는 『40명 이상을 국회에 진출시킨 서독 녹색당당사도 18평』이라며 내년 창당과 함께 서울쌍문동 자신의 2층집에 1층을 더 올려 20여평 정도의 당사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전·반핵운동이 들어가니까 재야운동권과의 연관을 추측하는데, 환경보존운동은 기본적으로 정권을 바꾸는 정치운동은 아니다』고 못박은 송씨는 『지구가 유한하고 지금처럼 훼손시키다간 머지 않아 끝장난다는 위기의식이 우리 운동의 시작이며 유명인사보다는 가장 큰 피해자이면서 나서지 않았던 시민들이 뭉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송씨는 또 유럽 녹색당으로부터 자금지원제의를 받았지만 자각한 시민들의 참여가 가장 큰 힘일 뿐 이라고 생각해 거절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녹색당이 유럽처럼 선풍적 인기를 끌 수 있을지 주목거리다.

<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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