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독을 향한 시발점|몰타회담서 통독반대론 나와 자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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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달 초 역사적인 베를린장벽 개방으로 독일통일 분위기가 한껏 고조된가운데 약속됐던 동·서독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오는19일 드레스덴에서 열린다.
이번 정상회담의 제안자인 콜 서독총리는 그동안 3단계 독일통일론·통독방안 10개항을 잇따라 발표,독일통일의 내외적 분위기. 조성을위해 노력해왔다.
이에 반해 동독측은 원칙적으로 독일통일에 반대하며,「사회주의체제 동독」 주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동·서독내 국민적 분위기는 독일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향해 이미 출발을 시작한 느낌이다. 그 예로 그동안 .동독시위에서 별로 눈에띄지않던 통일을 요구하는 주장이 최근 부쩍늘고 있으며 드디어 독일통일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자는요구까지 나오기에 이르렀다.
이같은 독일내부에서의 통일 열기와는 대조적으로 외부적 상황은 반통독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최근의 몰타 미소 정상회담은 독일통일에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몰타에 이어 브뤼셀과 모스크바에서 각각 열린 NAT0 정상회담·바르샤바 조약기구 정상회담도 현재 유럽의 국경선을 변경하는 어떤 상황변화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집단적으로 표시했다.
다만 그동안 완강한 통독반대입장이던 소련이 독일통일문제를 놓고 「대화」 를 할 용의가 있다는 보다 유연한태도를 보였다.
또하나의 변수는 현재 동독이 겪고있는 지도부의 공백상태다. 당초 동·서독 정상회담의 동독측 파트너였던 크렌츠가 서기장에서 물러나고 정치국원 전체가 사임한 상태에서 현재 지도자급으로 남아있는 인물이라곤 모트로프 총리뿐이다.
지금으로선 차기 서기장으로 모트로프가 가장 유력시되고 있으므로 서독측에서도 콜-모트로프 티킷으로 이번정상회담을 예정하고 있으나 오는 15∼17일 열릴 동독공산당 임시당대회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아직은 속단할수 없다.
따라서 이번 동· 서독 정상회담에서는 민감하고 당장 해결이 어려운 정치문제보다는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인도적 문제에 중점이 두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맥락에서 볼때 이번 정상회담은 지난번 콜총리가 제안한 10개사항중 ①인도적 성격의▲대동독의료지원▲여행기금설치▲동독을 여행하는 서독인에 대한 환전의 무제도 폐지②호혜적 성격의▲무역협력협정체결▲서독기업의 대동독투자증대▲철도연장▲과학·기술· 문화협력기구 설치③양독의 평화적 관계 유지를 위한 ▲군비축소▲동·서독에 배치된 미소핵무기 감축노력등에 중점을 둠으로써 궁극적으로 통일을 향한 첫단계 기초조성에 역점을 두고진행될 것으로 보인다.<정자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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