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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준만 보고 투자는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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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실적만큼만 평가받겠다. 실적을 (먼저)보고 (나중에)투자해라."

꾸준한 이익을 내고도 시장에서 소외받은 기업 얘기가 아니다. 배용준이라는 최고 스타를 둔 키이스트의 배성웅 대표(31.사진)의 얘기다. 키이스트는 3월 말 탤런트 배용준이 상장사 오토윈테크의 지분을 인수,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겠다며 회사이름과 사업목적을 바꾼 회사다. 금융감독원이 코스닥 우회상장 규정을 강화한 후 처음으로 상장에 성공한 회사이기도 하다.

키이스트가 11일 내놓은 2분기 성적표는 거의 F 학점. 2분기 매출은 6억6200만원, 영업손실은 5억9300만원이었다. 순손실만 3억4500만원. 시가총액 1600억원이 넘는 회사로선 내놓기 초라한 성적이다.

그러나 이날 키이스트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급등, 3만6450원을 기록했다. 아무리 실적이 장 마감 후 발표됐다지만 실적과 무관하게 널뛰는 주가를 설명할 길이 없다. 키이스트 주가는 4월 초 8만6500원까지 치솟았다가 6월 2만5000원선까지 고꾸라졌다. '이유 없는' 롤러코스터식 주가 급등락이라며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개인들이 손대선 안될 종목"이라고 못 박는다.

그래도 별을 쫓는 '개미들'은 키이스트에 열광한다. 엔터테인먼트 테마주 논란의 최전선에 선 키이스트 배 대표를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편집자 주)

-우회상장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뒷돈 챙기기 아니냐.

"법적으로는 아니다. 우회상장은 비상장사가 상장사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키이스트를 세운 뒤, 비상장사인 매니지먼트 업체 비오에프 지분 100%를 인수했다. 비오에프를 팔아 남긴 돈은 대부분 키이스트 증자에 들어갔다. 세금까지 빼면 남는게 없다."

(※키이스트는 지난달 12일 공시를 통해 비오에프 지분 100%를 35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비오에프는 배용준(82.44%).배 대표(4.36%) 등이 자본금 18억 원을 투자해 세운 배용준 소속 매니지먼트사다. 이 과정에서 배용준씨는 270억여원 상당의 차익을 올렸다. 키이스트 증자에 들어간 126억원을 제하고도 140여 억 원이 남는다.)

-비난 받기 싫다면 왜 그런 방법을 썼나.

"비오에프를 세운지 2년밖에 안됐다. 신규 상장 요건에 맞지 않는다. 그러나 회사를 키우기 위해서 자금이 필요했다."

-'먹튀' 논란이 여전하다. 주가만 띄워 놓고 나가 개미들만 피해보는 것 아니냐.

"오해다. 어차피 형이나 나나 2년간 주식을 팔 수 없다. 지금 아무리 주가가 올라도 손에 들어오는 돈은 없다." (※배 대표는 배용준씨를 형이라 불렀다.)

-배용준씨가 실질적인 경영자 아닌가.

"키이스트가 형 때문에 떴지만 형은 잊어달라. 형은 최대주주일 뿐이다. 경영에 관여는 안 한다. 키이스트의 중요 의사결정은 이사회에서 한다."

-그럼 배용준은 회사 일과는 전혀 관련 없단 얘기냐.

"물론 형 본인과 관련된 일은 형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형의 저작권이나 마케팅, 캐릭터 사업 등은 형에게 알린다."

-매출 대부분이 배용준에게서 나온다. 향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겠나.

"그게 바로 우리 회사의 최대 고민이다. 비오에프의 지난해 매출이 390억원이었다. 이게 다 형 관련 사업에서 나왔다. 올 4월 소지섭.이나영 등을 영입하긴 했지만 아직은 형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일단 매니지먼트 부문에서 소속 연예인을 더 늘릴 예정이다."

-그래도 매니지먼트 사업 자체가 리스크가 크다. 연예인과의 배분 문제도 그렇고.

"연예인이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가던 구조는 옛 말이다. 지금은 8대2의 비율로 회사가 2를 가져간다. 게다가 형은 최대주주라 3이 회사 몫이다. 그 밖에 사업을 다각화할 계획이다. 다만 영화 배급, 콘텐트 제작 등을 포함해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캐시 카우' 사업 등도 구상 중이다. 4분기엔 흑자 전환할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연예인이 버는 수입이 회사의 수익으로 직결되지 않는 데다 이들을 관리하는 비용까지 감안하면 회사 측에 떨어지는 수익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업 구조를 다각화한다지만 그러려면 수십 개의 영화관을 가진 CJ CGV나, 노하우를 축적한 전문제작사와의 경쟁에서 이겨야한다"고 말했다.)

-배용준씨와의 인연은.

"매니저를 하고 싶었지만 가르치는 곳이 없었다. 한 방송사 아카데미에서 매니저 되는 법을 가르친다기에 4개월치 아르바이트비를 모아 등록했다. 1999년 아카데미 수료 후 기획사에 들어가 처음 손에 쥔 월급이 15만 원이었다. 거의 노동착취 수준이었다. 거기서 형을 만났다. 여태껏 나를 믿고 맡겨준 형 덕에 여기까지 왔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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