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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 콜라'의 정치경제학

중앙일보

입력

세계 청량음료 시장의 절대지존 '콜라'가 때아닌 된서리를 맞고 있다.

한국에선 지난달과 이달 초 독극물 투입사건과 캔 콜라에서 이물질이 발견된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고 러시아에선 한 여성이 콜라를 지속적으로 마신 게 건강을 악화시켰다며 코카콜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승소했다.

여기에 최근 '농약 콜라'로 인도 7개 주정부가 코카콜라와 펩시 제품 판매를 전면 혹은 부분적으로 금지한 상태다.

전세계적으로 1초에 1만 병이 팔리고, 브랜드 가치는 670억 달러로 5년 연속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콜라.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콜라가 왜 수난을 당하는 걸까.

◇ 콜라=농약 칵테일?

인도 전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농약 콜라' 파문이 시작된 것은 지난 주 뉴델리의 과학환경센터가 인도12개 주에서 판매되는 코카콜라와 펩시의 57개 샘플 성분을 분석한 결과, 농약 잔여물이 정부 기준치보다 24배 높게 검출됐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센터측은 "코카콜라와 펩시 인도 법인이 만들어 팔고 있는 11개 음료수는 3~5개 농약으로 만든 '칵테일'에 불과하다"며 "이들 농약 성분은 콜라 제조에 이용된 지하수에 함유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코카콜라와 펩시는 인도 일간지에 광고를 내고 "지난 3년동안 가장 과학적인 마인드로 이에 대해 신경 써왔다"며 "인도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은 세계 어디서나 마찬가지로 완벽하고 안전하다"고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 농약콜라 파문 핵심은 '오염된 지하수'

이런 가운데 비교적 중립적 논조를 펴고 있는 파이낸셜타임스(FT)는 '농약 콜라' 파문의 핵심은 음료수 제조에 사용된 '오염된 지하수'에 있다며 일부 정치 세력이 사건을 오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센터측도 '농약 성분은 지하수에 함유됐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2003년에도 동일한 사건이 일어났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파문이 콜라업체측의 일방적인 잘못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인도 지하수에서 상당량의 농약 성분이 검출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60~70년대 녹색혁명 이후 인도 농민 대부분이 농약에 의존한 농사를 짓고 있다.

◇ 선진국-개도국 기싸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 28개 주의 4분의 1인 7개주가 콜라 판매 금지에 나서며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은 콜라가 가진 '정치성' 때문이다.

콜라는 맥도날드와 함께 미국 식문화의 상징이다. 특히 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키워드다.

1886년 미국 애틀랜타에 사는 한 약제사가 두통 치료제를 고안하다 개발된 '캐러맬 색의 향기로운 액체'는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음료가 됐고 세계 2차대전 이후 자본주의의 초강대국 미국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파문의 진원지인 인도 콜라 시장에서 코카콜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60%, 펩시는 38%에 달한다.

콜라 판매를 금지한 주정부 대부분의 권력은 반미 세력인 공산당이나 야당. 이들은 미국과 핵협정으로 인도가 정치적 자치권을 희생했다고 주장하는 등 미국과의 밀월관계에 반감을 품고 있다.

미국의 대표기업 코카콜라와 펩시가 "정치적 목적을 가진 몇몇 단체가 허위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사실에 근거한다.

현재로선 인도 비정부기구(NGO)와 공산당과의 여론 전쟁에서 콜라업체들이 밀리고 있고 지난 5일 인도 대법원은 한 달 안에 콜라의 성분을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콜라의 제조법은 120년간 비밀로 해온 극비사항. 제조법이 담긴 문서는 애틀랜타 한 은행 금고에 보관돼 있고 그 곳이 어디인지는 비행기를 절대로 같이 탈 수 없도록 규정된 경영진 2명만이 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령에 불응하면 제품 판매 중지로 이어져 1970년대부터 공략해 온 11억 인도 시장을 잃게 되고 그렇다고 콜라의 비밀을 쉽게 공개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120년간 세계 음료 시장을 쥐락펴락해 온 코카콜라와 펩시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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