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정치인'으로 비쳐 안타까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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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오세훈(사진) 서울시장이 "이미지 정치인으로 호도돼 안타깝다"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서울시장 선거가 '이미지 경쟁'으로 흘렀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상대편(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에서 먼저 그런 쪽으로 나가는 바람에 선거가 그렇게 됐다"고 해명했다.

10일 오후 서울시청 별관 구내식당에서 서울시와 25개 구청에서 실무교육을 받고 있는 수습사무관 80여 명과의 만찬 간담회에서다. 간담회에서 한 사무관이 "시장님의 외모가 준수하신데, 그게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시느냐"며 질문했다. 이에 오 시장은 "내 외모가 선거에 몇% 영향을 줬는지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 없다"며 내실이 있음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시장 선거와 관련해 오 시장은 "상대방이 이미지 선거 쪽으로 가는 바람에 나도 이미지 정치로 경쟁한 것처럼 비친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며 "나는 정책 위주로 선거를 치르려고 애썼다. 실체가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상대 후보 측에서 '오 후보의 이미지는 백지 같아서 조금만 흙탕물이 튀면 오염될 것'이라고 비난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내 지지율이 올라가는 걸 보고 그러면 그렇지 하고 안심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그 뒤 오 시장은 '문화도시론'을 소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한 참석자가 "문화에 치중하다 보면 복지 분야가 취약해지는 것 아니냐"고 공격적인 질문을 한 것이 계기였다. 오 시장은 "똑같은 옷인데도 이탈리아 옷이냐 동대문 옷이냐 브랜드에 따라 값어치가 차이 난다. 문화를 기본으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경쟁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다. 그러고 나서 복지 얘기도 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오 시장은 "많은 사람이 공무원을 '철밥통'이라고 부르지만 시장이 된 뒤 이런 시각을 바꾸게 됐다"며 공무원들을 칭찬하기도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사무관은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편안한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점에서 다른 기관의 수장(首長)들과는 차별화된다"고 소감을 말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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