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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폭탄 공포 … 전 세계 공항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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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특히 범인들이 액체 폭탄을 쓰려 했다는 게 드러나 유아용 식음료와 의약품을 제외한 액체 또는 젤 상태의 물질을 기내에 못 갖고 들어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국내 공항도 검색을 강화했고, 미주 노선 비행기에 액체 또는 젤 상태 물질의 기내 반입을 금지했다.

11일 런던 제2의 공항인 개트윅 공항에서 탑승객들이 보안검색 순서를 기다리며 줄지어 서 있다. 영국 당국은 현재 최고 수준의 테러경보를 발령 중이다. [EPA=연합뉴스]

◆ 영국.미국 공항 보안 강화=영국과 미국 공항의 보안검색이 극도로 강화되면서 승객들은 수백m씩 장사진을 이뤄 몇 시간씩 기다려야만 했다. 유럽에서 가장 붐비는 영국 런던의 히스로 공항은 장거리 국제선을 제외한 유럽 및 영국 내 노선의 이착륙을 금지했다. 9.11 테러 5주년을 한 달 앞두고 드러난 테러 음모로 인해 미국에도 비상이 결렸다.

미 국토안보부는 미국~영국 간 항공편에 대해 최고 수위인 적색 경보를, 다른 노선에는 현 노란색 경보보다 한 단계 높은 오렌지 경보를 발령했다. 영국과 미국 공항에선 유아식 등 어린이용 음식과 주스 및 약품을 제외한 모든 액체 및 젤 상태 물품의 기내 반입이 금지됐다.

물.음료수.술 등은 물론이고 로션.선크림.치약.식염수.샴푸.향수.면도용 크림도 안 된다. 영국 히스로 공항에선 여권.지갑.약 등 최소한의 물건만을 투명한 비닐백에 넣어 기내에 휴대할 수 있게 했고, 휴대전화.노트북 등 배터리가 부착된 전자제품 반입도 금지됐다.

승객들이 탑승 직전 로션.크림.치약 등을 휴지통에 버리느라 공항의 쓰레기통이 넘쳐났다. 상당수 승객이 배웅을 나온 친지나 아예 모르는 사람에게 술과 향수 등을 주기도 했다. 일부 공항 상점은 아예 음료수와 술을 진열장에서 치워버렸다.

테러범들은 스포츠 음료통 밑바닥에 교묘히 과산화물을 섞은 액체 폭탄을 넣으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전자제품 배터리로 만든 기폭장치로 터뜨리면 여객기를 추락시킬 만한 위력을 갖게 된다. 또 흔적이 남지 않아 폭발 원인을 알 수 없게 된다. 액체 폭탄은 구하기 쉬운 원료로 만들 수 있는 데다 구별해내기가 극히 어렵다. 1987년 북한이 저지른 대한항공 여객기 폭발사건 때도 술병에 숨긴 액체 폭탄이 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국내 공항도 검색 강화=건설교통부 항공안전본부는 11일 인천공항과 김해공항의 항공보안등급(총 5단계)을 세 번째 단계인'옐로(주의)'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은 이날 출국 승객 전원을 대상으로 신발 X-레이 검사를 실시했다.

미국.영국행 승객에겐 1차 보안검사를 거친 뒤 탑승구 앞에서도 다시 한번 신원을 재확인하고 휴대품도 재검사했다. 특히 미국행 승객은 모든 액체류의 기내 반입이 금지됐다. 이들 물품은 모두 위탁 수화물로 보내야만 한다. 다만 어린아이를 동반할 경우 이유식이나 우유는 반입이 허용됐다. 탑승객과 일치하는 이름이 적힌 처방 의약품과 인슐린 등 일부 중요 약품도 예외다.

영국행 승객에 대해서도 일부 위탁 수하물을 직접 열어 확인하는 등 검색을 강화했다. 인천공항 측은 "출국 여행객은 평소보다 1시간가량 일찍 나와 달라"며 "특히 미국과 영국행 승객은 더 서둘러 달라"고 당부했다.

◆ 금융시장은 안정=미국 증시는 테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10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1만1124.37로 마감해 전날보다 48.19포인트(0.44%) 올랐다. 나스닥도 2071.74로 전날보다 11.46포인트(0.56%) 상승했다.

영국 FTSE100 지수는 전날에 비해 0.63% 내린 5823.40으로 거래를 마쳤다. 국제 유가는 테러 우려로 인해 2주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미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9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2.35달러(3.1%) 하락한 배럴당 74달러를 기록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서울=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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