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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기의 휴먼골프 <17> 유순신 여성 헤드헌터 1호 유앤파트너즈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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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골프장은 최상의 CEO(최고 경영자) 면접 장소입니다."

국내 여성 헤드헌터 1호로 잘 알려진 유순신(49.사진) 유앤 파트너즈 대표와 레이크사이드 골프장에서 함께 라운드를 했다. 유 대표는 외국계 기업의 매니저를 거쳐 약 14년간 헤드헌터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에도 국내 주요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 그리고 공기업 CEO 수십 명이 그의 주선으로 새로운 자리를 찾았다.

유 대표는 '나는 희망을 스카우트한다''나는 고급 두뇌를 사냥하는 여자' 등의 베스트셀러를 내기도 했다. 유 대표에게 골프는 건강을 지켜주는 스포츠인 동시에 비즈니스를 위한 최상의 공간이다.

"골프장에서는 사람들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날 수밖에 없죠. 외향적인지 내성적인지, 공격적인지 방어적인지, 창의적인지 보수적인지 바로 알 수 있잖아요."

그래서 유 대표는 서류 조사와 평판 조사를 다 마친 뒤 스카우트하려는 회사의 최고 결정권자에게 최종면접 삼아 골프를 함께해 보라고 권유한다.

"라운드 후에 최고 결정권자가 문제를 제기하면 재조사에 들어갑니다."

재미있는 것은 일부러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리거나 화를 돋우도록 한다는 것이다. 일종의 '압박 면접'이다. 비교적 좋은 점수로 최종면접까지 왔다가 '골프 면접'에서 탈락하는 사람도 있다. 골프장에서는 사람의 개성이 드러난다는 것을 나도 인정하는 편이다. 그래서 이날 유 대표의 골프 스타일을 유심히 관찰해 봤다. 결론은 '자기관리의 달인'이라는 것이다. 우선 복장.언어.매너가 탁월하고 골프 룰에 대해서도 모범적이다. 그는 '무 벌타 드롭은 한 클럽 이내에서 하고 벌타 드롭은 두 클럽 이내에서 한다'는 규칙을 매번 확실하게 지켰다. 동반자가 페어웨이 잔디 좋은 곳으로 옮겨놓고 치라고 해도 "룰은 지켜야 한다"면서 끝내 사양했다.

"골프장에 갈 때 약속시간과 룰만 잘 지켜도 신뢰감을 쌓을 수 있어요. 여기에 상대방을 배려하는 매너까지 있으면 좋은 이미지가 생기는데 지키지 않을 이유가 없지요."

유 대표는 드라이버 비거리가 짧은 대신 우드 3번(스푼)으로 그린을 공략한다. 그린을 놓치면 신중하게 어프로치로 점수를 관리해 간다.

"약점을 보완하려다 보면 그곳에서 강점이 나오는 거죠. 저는 우드와 어프로치로 먹고 삽니다."

이날 유 대표는 동 코스에서 88타를 쳤다. 지금까지 최저타는 83타고 보통 90타 전후를 친다고 했다.

"보기 플레이어 정도면 비즈니스 골프는 훌륭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점수에 신경 쓰는 것보다 룰을 잘 지키고 좋은 매너를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한 일이죠."

라운드가 끝날 때쯤 직장인의 성공 비결을 물어봤다.

"스스로 도전해야죠. 자신이 깨고 나오면 병아리가 되고, 남이 깨면 달걀 프라이가 됩니다."

직장을 옮기려는 사람들을 향해서는 "인간관계 때문에 전직하려고 하지 말고 인간관계 능력부터 길러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인다.

오늘의 원 포인트 레슨=골프장은 최종 면접장이다.

유순신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부총장.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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