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레닌주의는 현실에 부적|고르바초프 프라우다지 논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동경=방인철 특파원】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비판하는 논문을 26일 소련 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를 통해 발표했다.
2페이지 반에 걸친 이 논문에서 고르바초프는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오늘날에 계속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 사회주의는 새롭게 변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사실상 마르크스-레닌주의로부터 탈피를 선언한 것으로 풀이되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음은 일본 요미우리 (독매) 신문에 실린 이 논문의 요지.
▲페레스트로이카 (개혁)라는 어려운 작업이 진행중인 현 단계에서는 공산당 1당 독재 체제의 유지가 바람직하다. 사회주의 개혁을 추진하는 가운데 당은 대중 선동, 민족주의 등의 배타적 조류뿐만 아니라 자연발생적인 특정 집단의 이익에 대해서도 양보해서는 안된다. 페레스트로이카가 성공적인 것으로 판명되려면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
▲페레스트로이카를 통해 우리가 밀고 나가려는 사회주의는 효율적인 경제를 바탕으로 하고 사회 생활의 모든 측면을 민주화, 창조적 생활과 제반 노동 조건을 만들어 내는 사회다.
▲역사와 사회주의 사상 자체의 생명력에 관한 문제를 엄숙히 제기한다. 사회주의 사상이 역사 과정의 논리에 대답하고 있다고 단언하기에는 아직 충분치 못하다.
▲마르크스주의 창시자들이 새로운 사회의 발전에 관한 구체적 형태나 메커니즘을 고안하는데 힘을 합치지 못하고 있다. 우리들은 사회 민주주의의 경험을 보고 있다. 사회주의의 가치 발전과 사회 개혁 수행이라는 점에서 많은 서방 자본주의 국가들은 복지 향상과 노동자의 사회적 공헌 등 사회 민주주의가 오랜 기간에 걸쳐 거둔 성과를 정당하게 평가하고 있다.
사회 민주주의의 축적된 풍요로움에서 얻은 다면적 경험을 우리는 관심을 갖고 연구, 우리의 사회 조건에 맞도록 적용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사회주의의 새로운 성격은 마르크스 사상에 완전히 합치하는 인간적인 것이다. 페레스트로이카의 주요 목적은 이를 실현하는데 있으며 우리들은 인간적이고 민주주의적인 사회주의를 건설 중이다.
오늘날 생산력의 향상을 위해서는 다양한 사회주의적 소유 형태의 발전과 새로운 생산 메커니즘의 창안이 불가결하다. 페레스트로이카는 경제적 안정이 보강되면 승리한다.
▲새로운 사회에서 공산당은 정치적 전의로서의 특별한 사명을 가져야 한다. 당의 다원화, 언론의 경쟁, 민주주의와 인민의 이익에 합치되는 글라스노스트 (공개)의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 그동안 우리는 레닌이 완전한 사회주의 건설 계획을 갖고 있다고 널리 믿어왔지만 사실상 완전한 계획이란 없었다.
혁명 초기의 직접 분배, 노동 의무, 엄격한 등록과 통제 수단이 전시 공산주의 정책의 조직요인이 되었다.
▲10월 혁명은 발전된 여러 나라 프롤레타리아의 지지를 기대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러시아는 사회주의로 가는 필요한 경제적 발전 단계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전 종결 때까지 프롤레타리아혁명은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자기 발전 가능성을 과소 평가했다.
마르크스는 장차의 과학 기술 혁명이 자본주의 발전에 새로운 원천이 된다는 사실을 미처 예견하지 못한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