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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기|제조·판매에 행정규제"시급"|피해구제 119건중 70%가 기능·부품 불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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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수도물에 대한 불신으로 정수기의 이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품질관리를 위한 정부차원의 규격기준실정이나 단속조치등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아 소비자의 일방적인 피해가 가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소비자보호원이 23일 개최한「정수기 관련 소비자피해의 문제점과 대책」이라는 토론회에서 지적됐다.
보호원이 설립된 87년 7월 이후 지난9월까지 소비자들이 정수기 관련문제로 상담·건의·고발한 사례는 모두 1천1백20여건이나 돼 정수기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나타냈다.
이중 직접 피해구제에 나서 처리된 1백19건을 분석해 보면 ▲기능·부품 등의 품질하자가 70.6%, 계약불이행·과장광고등 거래조건으로 인한 피해가 20.2%, 서비스불만이 9.2%로 나타났다.
정수기에 대한 주요불만내용은 ▲정수기능이 안좋아 수 차례 수리를 받았으나 하자가 여전하다 ▲지하수도 1백%정수 된다고 광고했으나 지하수 정수기능이 없다 ▲수도꼭지와의 연결부분에서 물이 샌다 ▲정수기 유리병이 깨져 눈을 다쳤다 등.
정용 연세대환경공해 연구소장은『불량 정수기 중에는 오염물질도 제거하지 못하고 오히려 물의 성질을 변화시켜 건강을 해치는 것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보호원의 양원자과장(식품의약품과)은『현재 판매되는 모든 정수기가 공산품 품질관리법상의 사전·사후 검사품목에 들어있지 않고 공업표준화법상의 KS품목에도 해당되지 않으며 제조업체에 대한 허가나 등록등 자격제한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일부 영세업체에 의한 불량품이 범람하게 된다는 것.
또 관장 부서에 대한 아무 원칙도 없으며 국내수질에 맞지 않는 수입품이 쏟아져 들어와 성능상의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다.
양 과장은 또『정수기의 성능이 만능인양 선전하거나 국내조립품을 수입완제품으로 속이는 허위과장광고, 전문지식이 없고 실적위주의 수당제로 고용된 판매원의 무책임한 판매, 업체의 대부분이 영세해 아프터서비스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소비자가 고장수리나 부품을 조달 받을 수 없는 등의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불량정수기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현재 아무런 제약없이 유통되고 있는 정수기의 제조·판매를 허가 또는 등록제로 전환하는 행정규제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또 정수기를 수도물용·지하수용등 용도에 따라 구분하고 그에 따른 용도별 규격기준의 제정이 필요하며 제조업체·모델명·총 정수량등 세분화된 표시사항을 의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이와 함께 정수된 상태의 수질을 소비자가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장치의 부착도 필요하다고 양 과장은 지적.
정 소장은 개선책으로『시판중인 정수기에 대해서도 정기 점검하는 체제가 필요하며 소비자들이 정수기에 의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법적인 제도가 마련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서는 또 정수기 생산업체의 자율규제와 무공해 공정개발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며 판매후 소비자에 대한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기업의 윤리가 요청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소비자들의 정보부족과 사용과실에 의한 문제도 적지 않으므로 정수기의 원리와 성능별 특성·관리요령 등을 소비자 스스로가 익혀 정수기의 역기능에 의한 피해를 사전에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또 올바르지 못한 정수기 사용보다는 수돗물을 받아 하룻밤 가라앉힌 후 바닥의 5분의 1정도의 물을 남기고 윗물만을 끊여 마시는 방안도 추천할만하다는 것이다.

<고혜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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