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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짓누르는 ‘올림픽 후유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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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도쿄올림픽에서 맹활약했던 박해민이 지난 13일 수원 KT 위즈전 4회 초 투구에 맞은 뒤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 삼성 라이온즈]

도쿄올림픽에서 맹활약했던 박해민이 지난 13일 수원 KT 위즈전 4회 초 투구에 맞은 뒤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 삼성 라이온즈]

지난주 막을 내린 도쿄올림픽에서 삼성 라이온즈 선수 5명(오승환·박해민·원태인·강민호·오재일)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야구대표팀 엔트리 24명 중 20.8%가 삼성 소속으로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가장 많았다.

지난주 5경기서 1승 4패로 부진 #오승환·원태인 사실상 개점휴업 #포수 강민호도 주말 3연전 결장 #오재일·박해민은 타격감 떨어져

‘사자 군단’은 도쿄올림픽 직격탄을 맞았다. 대회 출전으로 인한 손해가 만만치 않다. 지난 10일 후반기 일정이 시작됐지만, 올림픽을 다녀온 삼성 선수들의 활약이 미미하다. 전반기에만 10승을 따낸 ‘토종 에이스’ 원태인은 개점휴업 상태다. 후반기 첫 5경기에 등판하지 않았다. 오른 어깨에 피로가 쌓여 등판을 건너뛰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15일 수원 KT 위즈전 ‘임시 선발’로 이재희를 마운드에 세웠다. 원태인과 함께 도쿄올림픽 마운드를 밟은 마무리 투수 오승환도 15일 3분의 1이닝을 투구한 게 전부다.

타선도 비슷하다. 주전 포수 강민호는 지난 11일 대구 두산 베어스전에만 뛰었다. 워낙 잔부상이 많은데 휴식 없이 올림픽까지 치르며 컨디션이 악화했다. KT와의 주말 3연전에 모두 결장했다. 정상적으로 경기를 뛰는 박해민과 오재일은 부진하다. 후반기 타율이 각각 0.176(17타수 3안타), 0.231(13타수 3안타)로 낮다.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내고 해결하는 두 선수가 흔들리자 삼성 타선의 무게감이 확 떨어졌다. 삼성은 후반기 팀 타율이 0.217로 리그 8위. 팀 OPS(출루율+장타율)도 0.643으로 하위권이다.

야구대표팀은 도쿄올림픽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다. 본선에 오른 6개 팀 중 4위에 머물렀다.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대회 2연패를 노린 대표팀은 노메달에 그쳤다. 선수들이 받는 부정적인 영향도 컸다. 오승환은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6-5로 앞선 8회 초 등판, 3분의 1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 5실점 난조로 패전투수가 됐다. 경기 뒤 자책하며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로 충격이 컸다.

선발 투수로 대회를 치른 원태인은 대회 중반 불펜으로 역할이 전환됐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탓인지 결과(4경기 평균자책점 8.44)도 좋지 않았다. 두 선수 모두 큰 스트레스를 안고 소속팀에 돌아왔다. 대회 기간 심각한 타격 슬럼프를 겪은 1루수 오재일과 강민호도 마찬가지다.

박해민의 타격감마저 크게 떨어졌다. 박해민은 도쿄올림픽 내내 테이블 세터로 맹활약하며 타율 0.440(25타수 11안타)을 기록했다. 김현수(LG 트윈스)와 함께 대회 ‘베스트 나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열흘 동안 7경기를 치른 강행군 속에 녹초가 됐다. 중견수로 수비 범위가 넓고, 주루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 체력 소모가 많았다. 삼성은 그에게 재충전할 시간을 주지 못했다.

도쿄올림픽 출전이 성적 하락으로 직결되는 건 아니다. 강백호(KT)와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박세웅(롯데 자이언츠)처럼 복귀 후에도 좋은 감각을 유지하는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수에겐 회복기가 필요하다. 대표팀 3루수 허경민(두산)의 후반기 타율은 고작 0.053(19타수 1안타). 올림픽 기간 대표팀 중심 타자였던 김현수의 후반기 타율도 0.143(14타수 2안타)에 불과하다.

삼성은 후반기 첫 5경기에서 1승(4패)에 그쳤다. 13일부터 열린 선두 KT와의 원정 3연전에선 싹쓸이 패배를 당했다. 마운드는 일찍 무너졌고, 타선의 응집력도 떨어졌다. 도쿄올림픽 후유증이 투·타에 가득했다. 김경기 SPOTV 해설위원은 “올림픽이라는 큰 경기를 하고 왔다. 그런 대회에서는 다른 경기보다 체력과 정신력을 크게 소모한다. 결과라도 좋으면 덜 피로할 텐데 많이 힘들 거다. 프로라면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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