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찰 민주화만이 「민생치안」보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민생치안」이란 말 그대로 시민의 안락한 생활 보장을 의미한다. 그러나 민생 치안이란 치안 당국에 의해 그 정도가 판단되는 문제가 아니라 시민들의 평범한 현실 감각에 의해 판단되는 것일 게다.
따라서 아무리 치안 당국이 민생치안을 강조하더라도 그 대책이 시민의 편에서 납득할 수 있고 협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전시 행정의 일환으로 끝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민생 치안이란 것이 중대 사건에 치우친 나머지 사소한 민원을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치안 문제에 있어 또 하나의 문제점은 경찰의 위상 문제다.
그간 경찰이 국민의 봉사자가 아니라 정부에 대한 봉사자로서 인식되어 왔음을 인정해야 한다.
국민의 편에 서기보다는 권력편에 서왔음을 솔직히 고백하지 않으면 안된다. 민생 치안의 대책은 그 원인이 다양한 만큼 다양한 측면에서 수렴되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경찰의 민주화와 자기 반성을 토대로 한 자기 혁신의 의지이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진정한 민생 치안의 회복을 위해서는 첫 번째 정책적 차원의 대책으로서 경찰청의 독립과 수사경찰의 확대 및 고급인력의 양성이 요구된다.
경찰청을 외청으로 하는가 내청으로 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 같은 전제 없는 경찰의 독립성 보장은 무의미하다. 이와 함께 경찰직 전반에 고급 인력 확보를 위한 유인책을 개발해야 한다.
둘째로 경찰 내부의 문제로 수사 경찰의 의식 변화와 자질향상 방안이 선행되어야 한다.
경찰이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헤아리지 못하면 존재 이유가 없다. 그리고 경찰간부들도 무조건적인 명령을 내리고 복종을 요구하기보다는 인격적으로 본 받을 수 있는 대상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민 관계의 문제이다. 경찰 업무의 성패는 국민의 신뢰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과언이 아니다.
신뢰를 얻어야만 국민의 협조도 기대할 수 있고 치안도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막연하게 국민의 경찰에 대한 시각이 바뀌어지기만을 기다려서는 안 될 것이다.
부디 내년쯤에는 국민의 따뜻한 관심 속에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경찰의 날을 맞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신가희 <수사 간부 연수소 강사·전직 총경>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