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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로 15년 연평균 60% 수익…카뱅·크래프톤 건너뛴 그의 픽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공모주 투자=대박' 공식이 균열 조짐을 보인다. 공모주 대어로 꼽히던 게임회사 크래프톤 주가가 상장 후 공모가 아래로 추락하면서다. '따상'(공모가 대비 시초가 2배 후 상한가)은커녕 손실 구간에 들어간 것이다.

베테랑 공모주 투자자 박동흠 회계사 인터뷰

이런 상황을 일찌감치 예고한 인물이 있다. 『박 회계사처럼 공모주 투자하기』의 저자이자 기업 재무제표 분석 전문가인 박동흠 회계사다. 그는 지난 2007년부터 15년간 공모주에 투자한 실전형 투자자다. 연평균 수익률이 60%를 넘는다. 지난 12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회계사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박동흠 회계사는 ″공모주 시장의 거품이 꺼지더라도 시장을 떠나지 마라″고 강조했다. [사진 박동흠]

박동흠 회계사는 ″공모주 시장의 거품이 꺼지더라도 시장을 떠나지 마라″고 강조했다. [사진 박동흠]

공모주 투자 경력이 대단하다.
"2007년 STX팬오션을 시작으로 공모주 투자에 발을 들였다. 그간 수백 개 종목에 투자했다. 삼성SDS와 제일모직, 해태제과, 코오롱생명과학, SK바이오팜처럼 고수익을 안겨준 기업도 있었지만, 삼성생명과 넷마블 등은 손실을 안겼다."
가장 큰 수익을 안긴 종목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한국항공우주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 2011년 공모가 1만5500원에 투자했는데, 항공산업의 성장성을 믿고 4년간 보유했다. 2015년 9만원대에서 팔아 500% 넘는 수익을 거뒀다."
요즘 투자 성적은 어떤가. 크래프톤 주가는 부진한데.
"매년 말 수익률을 집계한다. 지난해 수익률은 평균 71%로,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 같다. 올해도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에 투자했다. 대형 공모주 중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엔 투자하지 않았다. 아무리 분석해도 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유사 기업이 아닌 엉뚱한 기업과 비교해 공모가를 매기고, 미래 예상 실적까지 끌어다 반영했다. 크래프톤은 주가수익비율(PER)이 89배인 월트디즈니와 블리자드 등과 비교했는데, 말이 안 된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태생적으로 은행주다. 국내 개인 소매금융에 한정된 것을 감안하면 너무 비싸다."
크래프톤에 지금 투자하는 건 어떤가.  
"그건 아닌 것 같다. 주가(13일 기준 43만원대)가 공모가(49만8000원)보다는 낮지만, 게임 '배틀 그라운드' 의존도가 너무 높다. '원게임 리스크'(위험)에다 최근 진출한 인도 시장에서 실적이 터질지도 불확실하다."
크래프톤 사례를 볼 때 공모주 열기가 꺾였다는 주장도 나온다.  
"카카오뱅크 청약에 들어온 증거금(58조원)을 볼 때 열기가 꺾였다고 하긴 어렵다. 그보단 투자자들이 그간 경험이 쌓여 선별적으로 접근한 결과로 봐야 한다."
게임 업체 크래프톤의 공모주 일반 청약 첫날인 지난 2일 서울의 한 증권사 창구에서 투자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게임 업체 크래프톤의 공모주 일반 청약 첫날인 지난 2일 서울의 한 증권사 창구에서 투자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옥석을 가리는 방법이 있나.
"투자설명서를 분석하는 게 기본이다. 분량이 방대하지만, 중요한 포인트만 확인하면 된다. 크게 ▶투자 위험 ▶공모가 위치 ▶유사 기업과 비교 ▶유통가능 주식 수 ▶기업공개 이유 ▶사업 내용 ▶회사 재무상태·손익 등 7가지다. 기관 수요예측 결과로도 대략적인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다. 예외도 있지만, 기관 참여가 1000곳 이상이면 수익을 얻을 확률이 높다. (※카카오뱅크 수요예측엔 기관 1667곳, 크래프톤엔 621곳이 참여했다.)"
상장 후 첫날 공모주를 파는 게 좋은가.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기업마다 달라서다. 공모가가 비싼 주식이 급등하면 파는 게 맞지만, 성장성이 눈에 보이면 장기간 가져가는 게 낫다. 상장 초기에 주가가 부진하다가 최근 급등한 SK바이오사이언스가 그런 사례다."
하반기에 매력적인 공모주는.  
"투자설명서를 봐야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아직 알 수 없다. 일단은 9월 청약 예정인 대형 조선주 현대중공업을 주목한다."
투자자에게 한마디 한다면.  
"많은 투자자가 공모주의 '따상'을 당연시하는데, 이는 지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특히 대형주라고 무조건 따상을 기대해선 안 된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경우도 많다. 공모주 투자의 핵심은 대박을 좇지 말고 부지런히 투자하는 것이다. 기본에 충실해야 꾸준히 돈을 벌 수 있다. 또 언젠가 공모주 시장의 거품이 꺼질 텐데 시장을 떠나지 마라, 기회를 놓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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