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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향수 감각이 아시아 시장 잣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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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유럽향수협회가 1997년 '최고의 향수'로 선정, 미국향수협회는 98년 '최고의 여성 향수'로, 2000년 프랑스 최우수 남자 향수 디자인상 수상….

향수 브랜드 롤리타렘피카의 지난 10년간 주요 성적표다. 향수의 본고장인 프랑스에서 '샤넬(Chanel) No.5'나 크리스찬 디오르의 '자도르(J'ADORE)' 등과 겨뤄서 늘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세계적 브랜드다. 하지만 이 향수를 아모레퍼시픽에서 만든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그만큼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썼기 때문이다. 1995년 프랑스에 'Parfums Lolita Lempicka(이하 PLL)'라는 법인을 세우고 생산시설을 현지에 갖췄다. 짧은 기간 이 제품이 프랑스 시장에 정착할 수 있었던 건 PLL의 부사장 카트린 도팡(Catherine Dauphin.사진)의 공이 컸다. 이브생로랑, 크리스찬 디오르 같은 명품업체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활약하던 그는 1995년 아모레퍼시픽과 손잡고 이 향수의 생산.마케팅을 총괄했다.

지난달 하순 PLL의 두번째 향수 제품인 '엘(L)'의 국내 출시에 즈음해 방한한 도팡은 "세계 향수업계가 한국 시장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규모 면에서 한국 향수 시장은 매우 작다. 프랑스의 경우 화장품 시장에서 향수 비중이 25%에 이르지만 한국은 5%에 불과하다. "서양 여성들은 다양한 향수로 상황마다 다르게 자신을 표현하려 하지만 한국 여성들은 바르는 화장품의 향기 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길 만큼 보수적인 편"이라고 그는 진단했다. 하지만 향수 판매량이 소비 증대에 따라 늘어난 전례가 있기 때문에 한국시장에 기대를 갖는다는 것이다.

또 서양 여성은 깊고 관능적인 향을 좋아하고 아시아 여성은 신선하고 담백한 향을 선호한다고 비교했다. 이번에 출시한 '엘'도 이런 성향을 반영해 기존 롤리타렘피카 브랜드에 비해 신선함을 더했다는 것이다.

유럽 화장품.패션 산업에서의 프랑스의 위상을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차지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기술면에서 한국 화장품 업체들의 수준은 일류에 가까와요. 우리 제품이 한국에서 성공하면 아시아 지역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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