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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림 없는 여전함. 강백호.

중앙일보

입력

KT 강백호

KT 강백호

KT 강백호(22)는 최근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기한다. 전반기에는 볼 수 없던 장면이다. 도쿄올림픽에서 껌을 질겅질겅 씹는 모습으로 '태도 논란'에 휩싸이자, KBO리그 경기 중에도 마스크 착용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그라운드에선 최근 논란에도 흔들림 없이 여전한 모습이다.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은 빈손으로 돌아왔다. 노메달, 4위에 그쳤다. 일본과 미국, 도미니카공화국에 연달아 패하는 등 총 3승 4패로 부진했다. 본격적인 출범 전부터 선수 선발과 호텔 술판으로 삐걱대더니, 대회 막판에는 부진한 성적 속에 태도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태도 논란 중 대표적인 게 하필 강백호였다. 그가 지난 7일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색이 짙은 가운데 더그아웃에서 껌을 질겅질겅 씹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이를 두고 태도 논란이 일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24승을 거둔 박찬호 해설위원이 "이러면 안 된다. 더그아웃에서 계속해서 파이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구 대표팀이 노메달에 그치자 강백호의 껌 씹는 장면이 논란에 더욱 불을 붙였다. 야구 원로들과 선배들까지 '선수들의 태도' 비판에 가세했다. 결국 강백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댓글 기능을 제한했다.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강백호의 태도에 대해 김경문 대표팀 감독과 소속팀 이강철 KT 감독이 나서서 사과했다.

야구 대표팀 강백호.

야구 대표팀 강백호.

강백호를 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국가를 대표해 국제대회에 나간 만큼 태도 불량에 따른 비난은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지나친 욕설과 원색적인 비난은 자제해야 한다. 한 장면만 문제 삼아 희생양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2018년 신인왕 출신의 강백호는 프로 4년 차 선수다. 지금껏 이 정도로 큰 비난에 직면한 적은 없다. 아무리 강심장을 지닌 선수라도 국제대회에서 성적 부진과 성숙하지 못한 태도로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 견뎌내기란 쉽지 않다.

'타율 1위' 강백호는 보란 듯이 KBO리그에서 다시 매서운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호쾌한 스윙과 리그 최상급 타구 속도는 여전하다. 전력을 다해 뛰고, 상대의 빈틈을 놓치지 않는다.

강백호는 후반기 재개 후 첫 경기인 10일 고척 키움전 1회 내야 땅볼 후 전력 질주로 안타를 만들었다. 3회에는 행운의 안타까지 더했다. 11일 경기에선 1회 상대가 수비 시프트를 가동하자 비어있는 3루 쪽으로 기습 번트를 시도했고 성공했다. 개인의 자존심보다 팀 승리에 앞장서는 모습이었다.

강백호가 지난 10일 키움전 1회 내야 안타를 치고 1루에서 세이프되고 있다.

강백호가 지난 10일 키움전 1회 내야 안타를 치고 1루에서 세이프되고 있다.

키움전 3회에는 1사 1루에서 우측 펜스를 직격하는 안타를 쳤다. 타구가 워낙 빠른 데다 상대의 펜스 플레이가 원활하게 이뤄져 1루까지밖에 못 갔다. 하지만 후속 유한준의 1타점 희생 플라이 때 상대가 3루에서 홈을 파고드는 황재균을 잡기 위해 홈으로 송구하자 그 사이 2루로 재빨리 태그업했다. 재치 넘치는 주루였다. 이어 6회와 9회에는 볼넷을 얻어 어떻게든 추격 기회를 이어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파울 홈런도 있었다.

강백호는 최근 논란에도 전혀 주눅 들거나 흔들리지 않고 그라운드에서 변함없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전반기를 타율 0.395로 마친 강백호는 후반기 첫 두 경기에서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때려냈다. 12일 키움전에선 2타수 1안타 3볼넷을 기록했다. 시즌 타율은 4할에 다시 진입했다. 두 자릿수 홈런(10홈런)을 친 선수도 강백호뿐이다. 출루율은 0.501로 절반 이상 베이스를 밟는다.

강백호는 도쿄올림픽 동메달 결정전 직후엔 "팬들께 실망감을 드려 죄송하다. 내가 보탬이 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 8일 야구 대표팀 귀국 당시엔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작은 목소리로 양해를 구하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강백호가 최근에 왜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서는지 그의 속마음을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그가 어떤 마음이든, 실력만은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강백호의 활약은 아주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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