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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가유" 충남119의 힘…화마로 집 잃은 노부부 새 보금자리 [영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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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난 그날 하늘이 캄캄했다. (참혹한 모습을 보고) 어떻게~ 어떻게 이 말만 되풀이했다.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분이 1000명이 넘었다. 모두가 내겐 기적이었다. 남편과 함께 열심히 살겠다.”

충남소방본부·한국해비타트 등 지원

12일 오전 9시 충남 아산시 둔포면 신항리에서 열린 ‘가치가유 충남119 희망을 드리는 집 1호’ 헌정식에서 안주인 이종임(74·여)씨가 전한 감사의 인사다.

지난 1월 갑작스러운 화재로 집을 잃었던 이씨 부부는 충남소방본부 소방관, 한국해비타트, 자원봉사 대학생 등의 도움으로 사고 7개월 만에 새 집을 얻게 됐다. 이씨는 감사의 뜻으로 노래 ‘즐거운 나의 집’을 부른 뒤 “(우리 부부가) 결혼 50년 됐다. 이렇게 좋고 아름다운 집에서 살게 돼 너무 기쁘고 고맙다”고 말했다.

충남 아산 119 희망을 드리는 집 1호

충남 아산 119 희망을 드리는 집 1호

화재로 집 전소…일가족 삶의 터전 잃어

이씨 부부가 새집에 살게 된 사연은 이렇다. 지난 1월 7일 오후 1시쯤 이씨 부부와 아들이 집 보일러실에서 갑자기 화재가 발생했다. 불길이 순식간에 집안으로 옮겨붙으면서 가재도구는 물론 건물 전체가 잿더미로 변했다.

화재 당시 이씨는 집 근처 회사에서 일하던 중이었고 남편 이종희(77)씨는 주간보호센터에서 도움을 받고 있었다. 남편은 지병으로 인해 몸이 불편한 상태라 화재 때 집에 있었더라면 큰 화를 당할 뻔했다. 일을 마치고 집에서 쉬고 있던 아들은 신속하게 대피해 화를 면했다고 한다.

지난 1월 7일 오후 충남 아산시 둔포면의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충남소방본부]

지난 1월 7일 오후 충남 아산시 둔포면의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충남소방본부]

화재 소식을 듣고 달려온 이씨는 시커멓게 잿더미로 변한 집을 보고 털썩 주저앉았다. 당장 갈 곳이 없던 터라 울음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경황이 없던 이씨 가족에게 마을 이장과 주민들은 경로당을 임시 거처로 내줬다. 한겨울 당장 갈 곳이 없던 가족은 경로당에 머물면서 집을 새로 지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를 지켜보던 마을 이장이 아산시와 충남도 등에 안타까운 사연을 전달했다.

소방공무원·의용소방대원, 매일 119원씩 모금

마침 충남소방본부는 화재로 피해를 입거나 질병·장애 등으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주민을 돕기 위해 ‘가치가유 충남119’ 사업을 추진 중이었다. 이 사업을 위해 충남소방본부와 일선 소방서 소방공무원 3045명, 의용소방대원 2460명은 지난 2월부터 매일 119원(매달 3570원)을 모금했다. 지난 6월 30일 기준으로 모금한 돈이 1억원을 넘었다.

충남소방본부 소방공무원과 의용소방대원들이 충남 아산시 둔포면에 짓고 있는 '가치가유 충남119 희망을 드리는 집 1호' 건축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사진 충남소방본부]

충남소방본부 소방공무원과 의용소방대원들이 충남 아산시 둔포면에 짓고 있는 '가치가유 충남119 희망을 드리는 집 1호' 건축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사진 충남소방본부]

충남소방본부는 지난 3월 한국해비타트 충남·세종지회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희망의 집 1호 가구로 이씨 가족을 선정했다. 건축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충남도는 집을 짓는 데 보태라고 1000만원을 지원했고 천주교 대전교구는 3000만원의 거금을 기탁했다. 충남소방본부는 소방공무원들이 모은 기금 가운데 300만원을 지원했다.

공주대·선문대 학생들 폭염 속 자재운반·청소

도움은 예산 지원에서 그치지 않았다. 소방공무원과 의용소방대원들은 시간을 쪼개 집을 짓는데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공주대·선문대 학생들은 폭염 속에서도 자재를 운반하고 청소하며 이씨 부부의 재기를 도왔다. 새집은 경량 목(木) 구조로 방 2개와 화장실(2개), 거실, 주방 등으로 이뤄졌다. 장애가 있는 남편 이종희씨를 위해 안방에도 특별히 화장실을 추가했다고 한다.

12일 오전 충남 아산시 둔포면 이종희·이종임씨 집에서 '가치가유 충남119 희망을 드리는 집 1호' 헌정식이 열리고 있다. 신진호 기자

12일 오전 충남 아산시 둔포면 이종희·이종임씨 집에서 '가치가유 충남119 희망을 드리는 집 1호' 헌정식이 열리고 있다. 신진호 기자

헌정식에 참석한 충남소방본부 조선호 본부장은 “처음에는 어떻게 할까 막막했지만, 소방관과 의용소방대원 한 명 한 명이 동참하면서 결국 기적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윤마태 한국해비타트 충남·세종지회 이사장은 “이곳은 단순한 집이 아니라 주민과 자원봉사자, 소방대원들의 합작품”이라고 했다.

윤마태 이사장 "단순한 집 아니라 모두의 합작품" 

양승조 충남지사와 오세현 아산시장은 헌정식에서 이종희·이종임씨 부부에게 살림에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고 건강을 기원했다. 마을 주민과 이씨 부부가 다니는 성당의 교우들도 새집을 찾아 이씨 부부를 축하했다.

12일 오전 충남 아산시 둔포면에서 열린 '가치가유 충남119 희망을 드리는 집 1호' 헌정식을 마친 뒤 양승조 충남지사(왼쪽 둘째)와 집주인 이종임씨(오른쪽 둘째)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신진호 기자

12일 오전 충남 아산시 둔포면에서 열린 '가치가유 충남119 희망을 드리는 집 1호' 헌정식을 마친 뒤 양승조 충남지사(왼쪽 둘째)와 집주인 이종임씨(오른쪽 둘째)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신진호 기자

양승조 충남지사는 “예기치 않은 화재로 터전을 잃은 부부를 위해 해비타트와 소방본부, 천주교, 자원봉사자가 한마음으로 희망을 만들었다”며 “220만 충남도민을 대표해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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