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신임 증시' 하룻새 11번 온탕냉탕…외국인은 "일단 관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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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증시가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과 관련해 지난 주말에 이어 이틀째 복잡하고 미묘한 움직임을 보였다.

재신임 이슈가 처음 등장한 지난 주말에는 주가가 급등하더니 13일에는 주가가 등락을 11번이나 되풀이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나타냈다.

외국계 증권사들도 "재신임 문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다"부터 "재신임 정국이 증시에 좋을 게 없다"는 반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들은 1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 이어 열리는 14일 국내 증시부터 재신임에 대해 본격적인 반응을 보일 전망이다.

◇불확실성 우려=13일 국내 증시에서는 재신임을 둘러싸고 불거진 정쟁(政爭)이 가열될 경우 경제와 증시도 혼란이 커질 것이란 우려에 따라 지난 주말대비 종합주가지수가 6번 하락하고 5번 상승하는 등 등락이 심했다.

이날 주가는 개장 직후 하락으로 출발했으나 오전 10시쯤 재신임 일정이 올 12월 15일 전후로 잡혔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상승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사장은 "주식투자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인데, 재신임 일정이 잡히면서 호재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뒤 재신임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면서 종합주가지수는 등락을 거듭하다 결국 소폭 하락으로 마감했다.

◇관망 중인 외국인=외국인들은 이날 1천6백54억원의 순매수(산 금액-판 금액)를 기록했지만 규모는 지난 10일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특히 선물에 대해서는 이날 4천4백82계약을 매도하기도 했다.

시티그룹 스미스바니 유동원 이사는 "재신임이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이긴 하지만 올들어 정치적 사건이 증시에 미친 영향은 모두 제한적이었다"며 "외국인들은 한국의 정치적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UBS증권 장영우 전무는 "과거와 같이 증시가 정치적 사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대는 지났기 때문에 증시는 경제 논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며 "재신임이 외국인들의 매매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4일이 고비=연휴 이후 열리는 13일 뉴욕 증시가 14일 국내 증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뉴욕 증시가 강세를 이어가면 재신임 이슈도 수그러들 가능성이 있지만 뉴욕 증시가 지지부진하면 재신임이 걸림돌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정치혼란이 지속되고 국내 소비부진이 우려돼 주가 전망도 밝지 않다"는 신중론과 "미국 경기 회복에 따라 국내 경기도 회복돼 연말께 종합주가지수가 850까지 오를 수 있다"는 긍정론이 엇갈리고 있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원은 "개인들이 계속 팔고 있는 상황에서 종합주가지수 760선에 최근 매물의 약 28%가 몰려있는 것은 또다른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김동호.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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