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 장애 생긴 아이···"너무 굶었나" 의사 엄마는 본인 탓했다 [괜찮아,부모상담소]

중앙일보

입력 2021.08.11 18:01

업데이트 2021.08.25 12:44

중앙일보가 ‘괜찮아, 부모상담소’를 엽니다. 밥 안 먹는 아이, 밤에 잠 안 자는 아이, 학교 가기 싫다고 떼쓰는 아이…. 수많은 고민을 안고 사는 대한민국 부모들을 위해 ‘육아의 신’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가 유쾌, 상쾌, 통쾌한 부모 상담을 해드립니다.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의 '육아 상담소'
아이와 보드게임, 감정일기…부모를 위한 조언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모든 게 내 탓 같았다. 어느 날 큰 아이가 이상한 행동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의사인 엄마는 단박에 알아챘다. 틱 장애였다. 답답함이 몰려왔다. 왜 큰 아이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생각은 레지던트 1년 차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그러고 보니 큰 아이를 임신했을 때, 먹고 잘 시간도 없이 살았다. ‘아, 내가 너무 굶었다, 임신 초기에 굶으면 뇌 발달에 안 좋은데….’

세상의 모든 엄마가 그러하듯, 신의진(57)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 역시 아이의 '다름’을 발견한 순간 자신을 탓했다. 틱 장애는 도파민 시스템 이상이라는 의학지식은 알았지만, 내 자식의 이야기가 되니 다르게 느껴졌다. 아이를 알아야 했다. 그길로 신 교수는 정신과 의사의 길을 갔다.

두 아이가 이끈 의사의 길

'괜찮아,부모상담소' 신의진 신촌 세브란스 소아정신과 교수.

'괜찮아,부모상담소' 신의진 신촌 세브란스 소아정신과 교수.

‘괜찮아, 부모상담소’ 첫 촬영을 한 지난달 12일. 신 교수를 만났다. 두 아들의 엄마, 소아정신과 교수, 전직 국회의원…. 따라붙는 수식어는 많지만, 신 교수도 여느 대한민국 엄마처럼 두 아들을 낳으면서 삶이 크게 변했다고 했다.

레지던트 1년 차를 지내고 큰 아이를 낳았다. 아이가 6~7개월 때였다. 업혀있던 아이가 옷을 확 잡아당겨 옷이 찢어졌다. ‘이건 뭘까.’ 골몰히 고민하다 소아정신과 교과서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공부를 하다 보니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왜 아이들은 이런 행동을 반복할까, 왜 우리 아이는 새 신발을 신지 않을까.’ 두 아이의 다른 행동은 공부로 이어졌고, 그는 소아정신과 의사가 됐다.

신 교수는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고) 저처럼 아이를 제대로 돌봐주지 못한 부모가 한둘이겠느냐”며 “부모님들이 너무 주관적으로 ‘우리 애만 왜 이럴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왜 나는 이 정도밖에 못하는 부모일까’ 혹은 ‘우리 아이만 왜 말을 못하지’라고 여기기보다, ‘내가 지금 하는 육아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신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이 일 년 반 넘게 이어지면서 아이와 함께 진료실을 두드리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비대면 수업, 외출 제한처럼 아이들의 삶이 180도 달라졌고, 아이와 이를 지켜보는 부모도 걱정과 불안, 우울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코로나로 달라진 일상, 부모들이 이를 이겨낼 방법은 없을까. 신 교수는 딱 한 마디를 내놨다. “버티라.”

그는 “이 땅에 많은 부모님들이 지금 벼랑 끝에서 버티고 있다. 눈앞이 안 보일 때, 부모님들이 잘 버텨야 한다”고 했다. 억척 부모가 되란 소리로 들릴 수 있지만, 그의 설명은 이렇다. “매일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고, 학교를 보내고, 숙제를 시키는 반복되는 순간들을 버티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성장한다.”

영화 한 편보다 보드게임 하라

부모들을 위한 몇 가지 조언도 했다. 영화 한 편을 보기보다 '보드게임'을 해 감정적인 교류를 늘리라는 것이 첫 번째라는 것이다. 부모와 자녀 간의 접점은 정서적 교감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감정교환이 잘 되는 경우, '정보 교환'이 잘 일어나는데 아이들의 교육은 이 감정교환으로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그는 “교육으로 아이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30%가 채 안 된다, 나머지 70%가 무의식의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많은 부모가 바쁘다는 이유로 감정 교환보다는 맛있는 음식을 먹이러 간다든지, 놀이공원에 가는 것을 선택하는데, 그것보다 이기고 지는 감정의 밀당이 있는 보드게임이 낫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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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도 쓰는 '감정일기' 

'괜찮아,부모상담소'에 출연 중인 신의진(왼쪽) 신촌 세브란스 소아정신과 교수.

'괜찮아,부모상담소'에 출연 중인 신의진(왼쪽) 신촌 세브란스 소아정신과 교수.

두 번째 조언은 부모 감정일기 쓰기. 이를테면 부모 입장에서 화가 나는 순간, 한발 물러서 자신의 기분을 돌아보도록 하는 것이다. 신 교수는 “낮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아이가 배 위로 뛰어내린 경우가 있었다”며 “너무 화가 치밀었는데 이런 경우 훈육을 하게 되면 필요한 분량의 10배를 내게 되더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화가 나는 순간엔 화장실로 가서 세수하고 한 김을 식히거나,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돌아오기를 조언했다.

감정일기 작성법은 간단하다. 감정일기는 평소 부모 자신의 감정 상태를 확인하는 것으로 매일 밤이나 아침 자신의 기본 점수를 체크하는 것이면 된다. 제일 좋을 때는 10점, 나쁠 때는 1점으로, 매일 기록을 하도록 하는데 자기 모니터링을 통한 일종의 ‘인지행동 치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신 교수는 “감정일기를 기록하는 것만으로 ‘요즘 내 상태가 자꾸 4점 밑으로 내려가네?’ 같은 고민을 해보기도 하면서 자기 기분조절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유리 육아는…유아기 모범답안

신 교수는 최근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한 아이를 기르고 있는 방송인 사유리 씨를 ‘유아기 육아의 모범답안’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신 교수는 “사유리 씨는 평소에 감정을 끊임없이 교환하고 이해해주는 양육을 하고 있다”며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기운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부모가 기분을 수첩에 체크하는 자기 모니터링, 화가 났을 때는 아이를 훈육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지키면 코로나19로 불안한 시대에도 아이들을 잘 기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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