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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디슈' 류승완 감독, "실제 촬영은 겨울, 덜덜 떨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화 '모가디슈' 류승완 감독은 영화 '모가디슈'의 흥행에 대해 "기적같고 하루하루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모가디슈' 류승완 감독은 영화 '모가디슈'의 흥행에 대해 "기적같고 하루하루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굳이 멀리 가서 찍었는데, 칭찬받으면 다 좋죠."
류승완 감독(48) 감독은 웃으며 말했다. 여유가 느껴졌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영화 '모가디슈'는 개봉 이래 1위를 사수하고 있다. 9일까지 누적 관객수 178만여명으로, 올해 한국영화 첫 200만명 돌파가 유력하다.

"북한말 자막? 이제 잘 안 들린다더라" #"책으로 만든 방탄차량은 실제와 달라" #"아랍 국가라서 돼지고기 못 먹어 곤란"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 와중에 긴박하게 벌어진 남북한 대사관의 합동 탈출 과정을 다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도 흥미롭지만, 거대한 스케일과 내전 상황, 자동차 추격신 등이 말 그대로 '돈값(제작비 255억원)'을 한다. 여기에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등 유명 배우들의 연기력도 흠잡을 데 없다는 평이다.

류 감독과 10일 온라인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영화 '모가디슈' 류승완 감독. 실제 촬영기간은 겨울이기 때문에 추웠다고 한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모가디슈' 류승완 감독. 실제 촬영기간은 겨울이기 때문에 추웠다고 한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코로나19로 개봉까지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작년 여름 개봉할 거라고들 했는데 실은 그때도 작업 중이었다. 영화는 배경상 계절도 중요한데 아프리카의 열기를 느끼도록 겨울 개봉이 좋을 것 같았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지금 후반 작업 업체들이 난리다. 영화들이 개봉을 못 해서 쌓인 물량이 많다. 우리까지 미루면 업계 전체가 더 힘들어질 것 같아서 미루지 않았다. 또 아무리 큰돈을 준다고 해도 스트리밍으로는 넘길 수 없고 꼭 극장에서 체험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었다.

-30년 전 실제 사건을 다뤘다. 어떻게 조사했나.
=내가 은근 취재를 엄청 한다. 영화 크레딧을 보면 우리가 만난 사람들과 참고했던 자료들이 쭉 나온다. 많은 분을 만나 뵙고 당시 상황에 대해 인터뷰했다. 이를테면 외교관이나 종군기자, 북한 관련 전문가들 만나서 말씀을 듣고 추천받은 책들을 구해서 읽어보고 그래도 부족한 것들이 있어서 마치 다단계 하듯 소개받곤 했다.

-실제와 다르게 각색한 것은?
=탈출할 때 책으로 덮어서 방탄 차량을 만드는 건 실제로는 없었다. 실제 사건이 너무 영화 같았다. 정부군과 반군 모두에게 오해를 받아서 대사관 앞 50m까지 사격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1명만 죽었다는 게 믿기지 않더라. 설득력 있게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게 중요했다. 그리고 북한 대사관도 실제로는 8번 정도 습격을 받았는데 반복적으로 힘든 상황만 보여줄 수 없어서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 '모가디슈'. 1991년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내전 당시 남북한 대사관 사람들이 함께 탈출한 실화가 모티브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류승완 감독의 영화 '모가디슈'. 1991년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내전 당시 남북한 대사관 사람들이 함께 탈출한 실화가 모티브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촬영을 모로코에서 했다. 힘들었던 것은?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에) 돼지고기를 못 먹는 게 가장 힘들었다. 또 공용어로 불어를 쓰는데 언어소통이 쉽지 않았다. 숙소에서 물을 달라고 해도 알아듣지 못해 번역기를 써야 했다. 모로코는 소말리아와 달리 흑인 국가가 아니라서 배우를 모으는데 고생이 많았다. 또 촬영 기간은 겨울이었는데 생각보다 추웠다. 그런데 배우들이 대단한 게 그런 가운데서 더운 날씨처럼 표현을 해내더라. 저는 모니터 앞에서 두꺼운 옷을 입고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북한 사람들의 대화에는 자막을 붙인 이유는?
='베를린'을 만들고 나서 북한 사투리가 제대로 안 들린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북한 억양이나 단어들이 점점 낯설어지는 것 같기도 해서 자막으로 친절히 소개하기로 했다. 또 예전에 한석규씨가 아들과 TV를 보다가 '북한 사람들이 왜 우리랑 같은 말을 써요?'라고 해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하더라. 젊은 세대들은 북한을 타국으로 인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북한을 통일의 대상이 아닌 타국으로 접근한다면 북한 외교관 등을 등장시킬 때 새로운 시선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 '모가디슈'. 1991년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내전 당시 남북한 대사관 사람들이 함께 탈출한 실화가 모티브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류승완 감독의 영화 '모가디슈'. 1991년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내전 당시 남북한 대사관 사람들이 함께 탈출한 실화가 모티브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모가디슈의 시위 장면이 한국 현대사와 비슷해 보였다. 의도한 것인가.
=모르는 분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고, 다른 해석을 할 수도 있다, 그런 일들이 벌어질 때 받아들이는 느낌은 (어디든) 비슷할 것이다. 물론 소말리아 사태에서 벌어진 일들을 조사해보니 우리가 과거에 겪은 것과 유사한 일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경험이나 시선은 영화에 되도록 반영되지 않도록 했다.

-관객 200만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이 4단계로 연장됐고, 올림픽까지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많은 분이 영화를 봐주고 좋아해 주니 한편으로는 기적 같다고 생각한다. 하루하루 모든 것이 감사하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

영화 '모가디슈' 류승완 감독은 "모로코 촬영 당시 가장 힘든 일로 돼지고기를 먹지 못한 것"을 꼽았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모가디슈' 류승완 감독은 "모로코 촬영 당시 가장 힘든 일로 돼지고기를 먹지 못한 것"을 꼽았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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